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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24. 2023

상강에 만난 봄꽃

철없이 핀 꽃일까?

산책길에 올랐다. 점심 식사후 산책을 계획하지만 매번 귀찮음에 백기를 드는 요즘이다. 다리가 붓는 느낌도 있어 운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전화민원이 많았던 날이니 바람을 쐬라는 듯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무에 눈이 간다. 운동화를 신고 나왔으니  발걸음에 힘을 주어본다. 보폭이 자연스레 커진다.


걷다 보니 산 쪽으로 향하는 등산로  담장쪽 개나리가 눈에 띈다.  cctv 화면을 가렸던 그 위치다. 기다란 줄기들을 들춰보았다. 가지 하나가 웃자라 길다랗게 뻗어 있다. 잡아당겨보았다. 의외로 질기다. 이리저리 흔들어보니 노란 빛깔이  햇빛을 받아 곱게 빛난다. 초록색 잎사귀에 노랗게 변해가는 잎이려니 했다. 단풍이 들었구나 정도. 그런데 가지에 달라 붙은 모양새가 다르다. 이런 개나리꽃이다. 지난 3월에 만났던 개나리다.


상강날 만난 개나리


동서남북 네 방향을 가리키는 노란 꽃은 수줍은 듯 가지에 붙어있다. 가지를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마주보듯 잎을  드리웠던  개나리다. 다른 잎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귀엽게 바라봐 주었다.  개나리꽃이 지고나면  나란히 나란히  짝꿍 손잡고  반듯하게  줄맞춰  잎사귀를 드리우던 아이다.  오늘 핀 개나리도 노란 꽃이 지고 나면 다시 잎사귀가 생기려나  궁금해진다.  어떻게 변할지 다음에 꼭 확인해야지.



봄을 상징하는 개나리가 피었다니  꽃을 한 송이 따 보았다. 히죽 웃음이 나온다. 작년 가을에도  꽃을 피웠을지 모를일이다.  관심 없었으니 확인은 불가하다.  꽤  높은 담장에서 드리워진  줄기니 햇볕을 잘 받았나보다. 높이가 있으니 목이 살짝 아프다. 하지만  생경한 광경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사진 찍기에 욕심을 내어본다.  바로 밑 트랜치에  핸드폰을 빠뜨리지 않아야하니  손가락 사이를 크게 벌려 촬영 버튼을 눌렀다.



 타잔도 아니고 뭘 그리 붙잡고 있어요

설마,  개나리 꽃?

저 위에 철쭉도 피었던데



 줄기를 잡고 사투벌이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입주민. 알은체를 한다 . 먼발치서 부터 봤다고 한다. 맨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뒷산오르는 길에 분홍색 철쭉을 보고  철없이 피었다고 한 마디 해주었단다.

꽃과 얘기하시는 분이다. 나와 같은 취향. 굳이 얘기하자면 자연에 말을 건네실 줄 아는 분이라  말할 수 있겠다.


가을에 핀 철쭉

 개나리꽃을 보고 반가워하시던 입주민을 뒤로하고  철쭉이 있다는 곳으로 향해 본다. 진짜 철쭉이다. 개나리와 철쭉을  단풍지는 가을에 만나다니. 아침 기온이 차서  패딩조끼를  껴입고 왔는데. 시절이 하수상하니 꽃을 두 번 만난다. 내친김에 철없이 핀 철쭉에게 왜 지금 피었냐 물어본다.



봄에만  꽃피울 수 있다는 법이 있니?

또 한 번 피워냈으니 칭찬해 줘야지



따지는 듯 대꾸하는 철쭉이다. 철없는 철쭉으로 생각하지 말란다.  갖은 핑계로 단 한번의 꽃도 피우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피워낸 꽃이라  얘기해 주란다.  한 번만 꽃을 피울 수 있으니  이제는 끝났다고 푸념하는 일상 보내지 말라고  얘기해 주라 한다.


 또 다시 봄을 떠오르게 하는 꽃들을 만난 날. 나의 봄날도 다시 준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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