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나는 원래는 ‘글’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 취직이 잘 된다는 부모님의 설득에 이과로 진학하기로 결심해 과학과 사랑에 빠진 결과, 과학적 사실과 과학적 논리에 푹 빠져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안정적인 부모님 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오던 나에게는 꽤 충격을 줄 만한 사건들이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에 처음으로, 제대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생각의 격동을 정리해서 일기를 주로 썼다. 자연스레 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고3이 되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윤동주나 기형도의 시집을 읽고 인터넷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을 찾아보는 정도였다. 그렇게 인문학에 눈을 뜨고 입학 후 전공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지금은 미학 전공에 갓 진입한 2학년생이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는 거부감이 드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글 한 편을 쓰는 과정이 귀찮았다. 글 한 편을 쓰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고, 적절한 순서로 배치하는 등 너무 많은 노력이 들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어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글들은 대부분 쓰다만 일기 정도에서 그쳤다.
그런데 요즘, 글쓰기의 필요성을 너무도 절실하게 느낀다. 우선 책을 읽고서라든가 공부를 하고 나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 또, 아직 수줍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과 내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기쁨을 발견했다. 저번 학기에 들은 글쓰기 수업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은 내 글을 엄청나게 발전시킨다.
완벽주의적인 강박이 아직 나의 어린 글쓰는 자아를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내 글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며 얽매기 보다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자유롭게 날아가도록 내버려두고 싶다. 아직은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지만 발전을 위해, 이제는 놓아주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내가 읽고 본 것들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기 위해서이다. 내가 관심 갖고 있는 것들을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좀더 끈기있게 탐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