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과 건국 맛보기. 한국사 속 '멸망과 건국'
'멸망과 건국'은 두 나라의 역사다.
멸망과 건국, 다소 낯선 말이다. 익숙한 말은 건국과 멸망이다. 한국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고조선의 건국과 멸망'이나 '고구려의 건국과 멸망'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건국과 멸망'이란 용어는 한 나라가 어떻게 세워졌고, 어떻게 발전하다가, 어떤 쇠퇴과정을 거쳐 멸망했는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역사에는 수많은 나라가 존재했다. 우리나라도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수많은 나라가 있었다. 수많은 나라는 각각 나름대로 건국과 멸망을 경험했다. 5천 년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수많은 건국과 멸망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건국과 멸망'은 5천 년의 긴 역사를 하나로 이어주는 역사 계승 의식 측면에서 본다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계승이 아니라 단절의 성격이 강하다. '고조선의 건국과 멸망'이나 '발해의 건국과 멸망'은 단지 '고조선의 역사가 어떻다', '발해의 역사가 어떻다'라는 것을 배울 뿐이지 고조선이나 발해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멸망과 건국'은 두 나라의 역사다. 한 나라가 망했을 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나라가 어떻게 그 나라를 이어 새 나라를 건국했는가에 주목한 용어다. 단절보다는 계승, 역사 계승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은 왜 우리 역사를 자신의 역사라 하는가
최근 중국에서는 기자조선, 위만조선, 부여사, 발해사 등에 대한 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나라를 ‘방국’(方國,지방 정권)이나 ‘속국’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직 고구려사는 빠져 있지만 출간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총서에는 단군조선이 빠져있는데 이는 중국이 우리의 단군조선 자체를 부정한다는 증거다. 단군에서 발해에 이르는 수천 년의 우리 역사가 날아가 버릴 위기다.
이러한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고조선사, 부여사, 고구려사, 발해사 등을 단지 '한 나라의 건국과 멸망'이란 틀에 가둬뒀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고조선은 우리나라의 첫 나라였다. 첫 나라인 고조선의 건국과 멸망은 우리 역사상 처음 겪어 본 '건국'이고 '멸망'이었다. 고조선의 멸망은 단지 멸망으로 끝났고, 그다음 우리가 배웠던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 한나라가 자신들의 식민지로 설치한 한4군이었다.
한4군 이후 우리는 부여와 고구려의 역사를 배운다. 고조선의 옛 영토에서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두 나라가 부여와 고구려다. 그리고 우린 고구려의 건국과 멸망을 배운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고구려 영토에서 불쑥 나타난 발해를 배운다. 그리고 또 발해의 건국과 멸망을 배운다. 고조선과 고구려, 고구려와 발해 둘 사이가 어렴풋이 연결된 것 같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다. 고조선 따로 고구려 따로 발해 따로였다.
단절의 역사로 볼 것인가. 계승의 역사로 볼 것인가
한 나라의 멸망은 계약서에 도장 찍듯 끝나는 것이 아니다. 멸망한 나라를 다시 세우고자 했던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멸망한 나라의 이름으로 다시 나라를 세우지는 못했지만 망한 나라를 계승하여 새 나라를 세웠다. 망하고 건국하고 망하고 건국하고…. 한 순간도 좌절하거나 단절하지 않고 역사를 이어 왔다. 고조선이 멸망한 다음 우리는 어떤 역사를 공부할 것인가. 한4군인가? 고구려인가? 단절의 역사로 볼 것인가? 계승의 역사로 볼 것인가? 첫 단추가 중요하다.
참고
<<동북고대방국속국사연구총서>> 최신 현황에 대해선 박준형 교수의 아래 페북 참조
https://www.facebook.com/junhyoung.park.988/posts/237350057795253
'나만의 한국사 편지' 뉴스레터의
<멸망과 건국> 편은 아래 순서대로 연재됩니다.
1) 고조선의 멸망과 고구려의 건국
2) 고구려의 멸망과 발해의 건국
3) 발해의 멸망과 고려의 건국
4)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
5) (기자)조선의 멸망과 대한제국의 건국
6) 대한제국의 멸망과 대한민국의 건국
*필자의 논문 <주몽고려, 궁예고려, 왕건고려, 코리아의 단절과 계승>, <고(구)려 광개토왕대 불교와 유교의 전개양상>, <한국사 속 ‘건국연대’에 대한 고찰> 등에서 다룬 내용을 ‘나만의 한국사 편지’에서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