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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한국사 Feb 22. 2021

잘못된 이름 석굴암, 석불사로 바꿔야

[선공개] 나만의 한국사 편지 #2. 다보탑 석가탑, 비대칭 쌍탑의 비밀

불국사와 석굴암은 신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상과 예술의 총체라고 해도 손색없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둘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그런데 석굴암이란 이름은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는 치명적인 이름이다. 마치 석굴암이 불국사에 부속된 암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대성이 불국사와 석굴암을 세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삼국유사>에는 석굴암을 '석불사'로 기록하고 있다우리가 익히 아는 석굴암이라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일제가 석굴암을 복원하면서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불국사와 석굴암>(1938)이란 책 때문이다.


물론 조선시대에 간혹 석굴암이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시대, 불교는 국가로부터 홀대받았다.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석불사는 절이라기보다는 굴처럼 생긴 암자처럼 퇴락해갔을 것이다. 조선 후기 경주를 다녀간 사람들은 자신들의 글에 석불사 대신 '석굴' 또는 '석굴암'이라 쓰고 있다. 석굴 안의 석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외형적 측면인 석굴이 주 관심사였다. 


경주 석불사 본존불 (출처: 문화유산연구 지식포털 한석홍 기증자료)

불국사는 말 그대로 '불국'(國), 즉 '부처님 나라를 그대로 펼친 절'이다. 그렇다면 석굴암은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옮기면 '석굴+암'으로 '굴처럼 생긴 암자'란 뜻이다. 암자는 절보다 규모와 격식이 떨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김대성은 불국사를 지금 같이 살고 있는 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는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세웠다고 한다. 석굴암이란 이름은 현생과 전생의 부모를 대등하게 모신 김대성의 뜻에 어긋난다. 따라서 위계가 차이나는 사(寺)-암(庵)의 관계로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성이 세웠을 때 절 이름은 불국사와 석불사였다. 불국사와 석불사여야지 둘의 관계가 더 명백해지고 김대성이 두 절을 세운 뜻이 살아난다. 불국사와 석굴암이라 하면 둘의 관계에서 불국사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불국사와 석불사는 대등한 관계다. 


불국사와 석불사는 철학, 종교, 미술, 조각, 건축 등 인간이 행위로 나타내는 문화행위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사상과 문화, 예술이 한 곳에 녹아있다. 더 놀라운 건 불국사와 석불사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둘이면서 하나로, 하나면서 둘로 서로 상승작용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나만의 한국사 편지 뉴스레터 '다보탑' 편을 통해 왜 불국사와 석불사가 둘이면서 하나인지 다룰 예정입니다. 신청 링크) 그런데 석굴암이란 이름은 이러한 둘의 관계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린다. '안압지'도 '월지'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석굴암을 석불사로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석굴암'은 '석굴'을 단순하게 형태적으로 바라봐 지은 이름이고, '석불사'는 안에 위치한 석불(본존불)의 내용을 강조한 이름이다. 


학생들과 이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석불사로 이름을 바꾸는 데는 동의했지만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고 한다. 언젠가 바뀌겠지만 나서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나는 오늘부터 당장 바꾸겠다고 했다. 하루라도 앞당겨 바뀌길 바라면서. 내가 1년을 노력하면 1년이 앞당겨진다고. 나서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라도 앞당긴다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보자고 했다. 


'나만의 한국사 편지 #2' 뉴스레터 선공개

'좋아요'에 감동한 부처님

다보탑과 석가탑, 비대칭 쌍탑의 비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과 탑이 무엇인가. 아마 대부분 불국사와 다보탑이라고 답할 것이다. 모두가 불국사와 다보탑의 대표성은 인정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유명한지 알지 못한다. 이번 글을 통해 그 숨은 매력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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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에 감동한 부처님


석가가 설법하면 온 세상이 감동한다. 사람이 감동하면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손을 높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석가의 설법에 이 세계뿐 아니라 땅속 세계도 감동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땅속 세계가 땅 위로 솟아났다. 여기저기에서 '좋아요' 엄지 척을 들고 난리가 난 것이다. 이에 수많은 탑이 솟아났고, 그 가운데 가장 높이 솟아오른 탑이 다보탑이다. <법화경>  중 '견보탑품' 부분에는 이 상황에 대한 묘사가 더욱더 신비롭게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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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탑과 석가탑은 다른 쌍탑과 다르게 왜 비대칭으로 만들어졌을까요?
이어지는 뉴스레터에서는 불국사와 석불사가 둘이면서 하나로, 하나면서 둘로 존재해 서로 상승작용을 이끌어내는데 다보탑이 어떤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알아봅니다.


전문 내용은 '나만의 한국사 편지' 뉴스레터를 통해 2/23 발송 했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위 글의 전문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편지 신청은 아래 링크로.



* 필진 소개


_명협 조경철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연세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2013년 한국연구재단에서 조사한 인용지수 한국사 분야에서 2위를 했다. '나라이름역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고자 노력 중이다.  


_편집자 부

대학에서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으며, 매체에서 영화 기자로 근무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관점으로 한국사를 쉽고 흥미롭게 편집해 업로드할 예정이다. 트위터 '한국의 맛과 멋' 계정을 운영 중이다.


브런치에 연재되는 글은 오랫동안 한국사를 공부하고 가르친 역사학자 '명협 조경철'이 쓰고, 콘텐츠 에디터 편집자가 현대적인 시선을 담아 재편집, 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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