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 3등급에서 1등급으로 격상됐다. 당시 이를 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유관순 열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에 비해 등급이 낮으니 최고 등급인 1등급으로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김구나 안중근처럼 널리 알려진 유관순 열사가 3등급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친일파의 등급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독립운동가의 등급을 올리자는 것이니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나눈 것이지 모두가 1등급 독립운동가들이 아닌가.
반대라기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 등급을 나눴다면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인물이 기준이라면 유관순 열사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일제 저항기 유관순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해방 이후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친일을 희석시키기 위해 자신들과 학연, 교연(종교 인연) 등으로 연결된 유관순 열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유관순 열사는 아마 이런 식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1등급을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오랜 검토를 통해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어야 했다. 예전에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유관순을 띄웠듯이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그 행사의 일환으로 급하게 1등급으로 상향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또한 유관순 열사가 바란 일은 아닐 것이다.
유관순 열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독립운동을 더 많이 한 사람도 있는데 혹시 그분들이 나보다 등급이 낮다면 그들의 등급을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유관순 열사의 훈장 1등급이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오히려 유관순 열사가 일제 저항기 만세를 불렀던 이름 모를 한 소녀였기에 더더욱 1등급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만세를 불렀던가.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만세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 그 만세 소리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탄생하게 됐다.
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 훈장 1등급 추서는 유관순 열사가 이름 모를 수많은 소녀들을 대표해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유관순 열사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대한독립만세를 목 놓아 불렀던 그들이 진정한 독립운동 1등급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