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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딩 숲속 월든 Apr 01. 2023

터닝포인트와 동기화

생각이 전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생각 아닌 실상을 깨닫게 되는 터닝포인트를 지난 다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실상을 깨달았다고 해서 눈앞의 현상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터닝포인트를 지나왔다고 하더라도 유기체로서의 '몸'과 외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이 또한 생각의 유무와 관계없는 연기적 현상일 뿐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터닝포인트를 통해 '생각 체계'가 업그레이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로병사를 겪어야 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야 한다. 즉, 터닝포인트를 지난 후 '바뀐 것(생각 체계)'과 '바뀌지 않은 것(몸, 관계)' 사이의 싱크를 맞추는 '동기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른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돈오(頓悟, 깨달음, 터닝포인트)' 이후의 '점수(漸修, 닦음, 동기화)'다.


무엇을 동기화 시킬 것인가? 의식과 별개로 작동하는 '무의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생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비효율적인 무의식들, 다시 말해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방어기제, 고정관념 등이다. 이것들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나'를 실체로 간주하여 끊임없이 보호하고 지키려는 노력과 애씀으로 인하여 몸의 긴장을 유발하고, 관계에 불화를 일으켜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동기화 시킬 것인가? 그것들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와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잉된 생각이나 감정 등이 일어났을 때, 그것들이 오래전에 만들어진 방어기제와 고정관념으로 착각인 '나'를 지키려는 것임을 눈치채고, 어떤 비효율을 초래하는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면 된다. 즉, 다만 그런 줄을 알고 인과에 밝아지면 된다.


동기화된 수준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하나는 무의식의 작용을 의식적으로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는지다. 비교 대상은 지금 나와 예전 나의 알아차림 수준이다. 또 하나는 알아차림의 결과인 릴랙스, 즉 얼마나 편안해졌는지다. 비교 대상은 완전한 릴랙스(zero point)와 현재 심신의 긴장상태가 반영된 릴랙스의 수준이다.


동기화 됨으로써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알아차림의 수준이 정교화되고 내면화되는 만큼 무의식에 따라붙는 생각으로 인한 불필요한 에너지 누수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심신의 연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그로 인하여 효율화되고 최적화된 '나'는 그동안의 결핍을 채우고, 나아가 흐르고 펼쳐지게 됨으로써, 비로소 생각을 제대로 힘 있게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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