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날카로워지는가? 다만 그런 줄을 아는 '알아차림'이 날카로워진다. 생각의 작용 여부를 알아차리는 수준에서 출발하여, 생각이 작용하는 세세한 인과에 대해 점차 밝아지게 됨으로써, 괴로움의 원인인 생각의 과잉을 눈치 채는 '감(感)' 또는 '촉(觸)'이 날카롭게 벼려진다.
이러한 정교해진 알아차림은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게 해준다. '어린왕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긴 바오밥나무를 씨앗 수준일 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소유에 있어서는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가 명료해지며, 무엇보다 자신의 그릇, 분수, 깜냥을 알게 된다.
무엇이 무뎌지는가? 괴로움의 원인인 '착각의 나'가 무뎌진다. 지켜야 할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게 됨으로써 에너지 낭비의 주범인 온갖 방어기재들이 떨어져 나간다. 매순간 날아올 것 같았던 펀치가 착각임을 알고 과감하게 가드를 내릴 수 있게 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일도, 받을 일도 없으므로 둥글둥글 원만해진다. 지금 이대로 아무런 문제 없으므로 해야 할 일이 줄어 한가하고 편안해 진다.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생명력은 결핍을 채우고, 채워진 그곳에서는 창조적 지혜와 영감이 흘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