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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딩 숲속 월든 Mar 05. 2023

깨달음의 기술(Art)

'기술(技術)'의 사전적 정의는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생활에 유용하도록 하는 수단,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이다. 어떤 분야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기술자(technician)'라고 하고, 직업의 영역에서는 흔히 '프로, 프로페셔널'이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기술자 중에서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을 고수(高手), 달인(達人), 명인(名人)이라 하며, '만렙(滿level)'이란 신조어로 부르기도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는 단계가 있다. 가령 자전거를 타는 기술에 있어서는 세발, 네발 자전거로 시작해서, 두 발 자전거의 영역을 마스터하면 자전거 타기의 최소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그다음 하천변 안전한 자전거 도로에서 바짝 긴장한 채로 천천히 타는 연습을 하고, 익숙해지면 점점 빠른 속도로 달릴 수도 있고, 주변을 바라볼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자전거 타기가 몸에 익으면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말도 필요 없어지는, 당연히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나아가 두 손을 놓고 타는 재주도 부릴 줄 알게 되고, 자전거의 종류를 '따릉이'에서 '로드'로 바꿔 최고의 속도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MTB'로 바꿔 산악 오프로드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이클, MTB, 경륜 등의 프로 선수가 되어 '고수'가 되는 길에 도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움과 익힘의 테크트리*는 예술, 스포츠, 학문 등 거의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 테크트리 : 게임에서 어떠한 기술이나 건물에 ‘포인트’를 투자하거나 배우는 것을 나무 형태의 ‘계통도’로 나타낸 것

 

'무아와 연기'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불교적 깨달음'의 영역도 신비주의적 장막만 거두어 낸다면,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새로운 신경망이 배선되고 강화되는 과정인데, 불교적 깨달음(돈오)과 이후의 과정(점수) 또한 이와 동일한 메커니즘을 따른다. 따라서 불교적 깨달음은 '신비'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기술(Art)'의 영역에 더 가깝다.

 

다만, 불교적 깨달음의 핵심인 '무아(無我)', 즉 '나'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에 반하는 부분이 있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신경과학, 양자물리학 등과 같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무아'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조금만 깊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졌다.

 

기술의 목적은 효용, 즉 '쓸모'이다. '쓸모'는 훌륭한 '퍼포먼스(Performance)'를 내는 것인데, 불교적 깨달음의 '쓸모'는 삶의 불필요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교적 깨달음의 궁극적 쓸모는 일반 기술처럼 특정 영역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식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교적 깨달음의 대상이 현상을 인식하는 기반인 '사고기능' 자체이기 때문이다.

 

불교적 깨달음 기술의 핵심은 사고기능의 구심점인 '나'를 실체로 여기는 고정관념의 전복에 놓여지는 것이다. 깨달음 기술의 노하우(know how)는 다행히도 비전(秘傳)이 아닌 프리웨어(free ware)로 공개되어 있다.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를 하고, 특정 집단에 속해야만 이 기술을 습득하고 단련할 수 있었지만, 최근 매체의 발달 등으로 그런 번잡한 절차 없이도, 깨달음 기술에 대한 이론과 실전 노하우에 쉬운 접근이 가능해졌다.

 

깨달음을 '기술'의 관점으로 접근해 본 이유는, 실제로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난해하여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편견으로 무장된 '불교적 깨달음'이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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