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나무

by 노란옥수수


아무 이야기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왕은 아이의 시신에서 손을 뗐다. 공주의 시중을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시녀들이 시신을 받아 염하기 시작했다. 황망한 죽음이었다. 고작 높은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그렇게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왕은 언제나 공주를 강인하게 키워왔다. 그날도 이미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이나 오르고 내려왔던 나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갔던 공주의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아픈 듯 눈을 찡그리자마자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졌다. 아무 방비도 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공주는 그만 목이 부러져 즉사했다. 분명 공주의 죽음에는 배후가 있다. 왕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다.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밤마다 왕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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