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내게 필요한 순간

Schubert: Piano Sonata No. 21

by 포레

Schubert: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Major, D.960 1-2악장

조용히 컴퓨터를 킨다. '조용히 음표로 쓰는 밤편지, 녹턴' 이란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유투브에서 틀었다. 오늘의 할일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무슨일이 내게 있는지, 해내야할일들은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가지런히 하나 둘 놓아본다. 플레이가 끝이 나버리면, 유투브 검색창에 장조의 음악보다 단조의 슬픈 음악을 다. 검색한다. 최근에 자주 선택한 건 마음 한 켠을 서늘 하게 하면서도 고요를 주는 슈베르트다.


클래식 음악이 없었다면, 내 어설픈 일상의 조각은 완성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소리를 극도로 낮추어 배경음악으로 깔아두어야만 해야할 일을 시작한다. 몸을 깨우고 시작을 내야만 할 순간이라는 것을 음악은 주문이라도 하듯, 내 일상의 공기를 바꾸고 전환시킨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행위처럼, 클래식 음악은 삶의 시작의 예고편이다. 음악들은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와 부족했던 속 안의 껍질들을 벗겨 광활함과 날섦, 광기로 시작했던 폭풍을 고요하게 만들곤 한다.

그로부터 끝이 날 때쯤이되면 연주의 정막으로 마무리 한다. 울고 싶을때 진짜 울 수 있는 순간은 음악을 들을 때다.


엄마는 음악을 귓가에 들리게 해 놓을 때마다 내 곁에 찾아온다. 마음속으로 부르짖는 내 안의 소리가 클래식 음악으로 흘러나온다. 답답하고 소리쳐 외칠 수 없는 흩어지는 말들, 못했던 말들이 불쑥 일상의 수면위로 올라온다. 그때 나 스스로를 하늘로 올려놓고 땅 아래에 있는 나를 쳐다보게 만들기도 한다. '봐봐.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야. 우린 이렇게 여정속에 있는 거야. 하루는 치열하지만 너의 인생은 계획없이 그냥 흘러보내는 거야.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지.' 라고 말해준다.


나만의 사유가 방안에 가득차 넘치기를 바라는 욕심의 순간이 찾아올때마다 동시에 그 욕심은 나를 짓누른다.

누구에게로 명명되기 이전에 나는 한 사람이란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리게 한다. 그러면 클래식음악을 찾는다. 즐거울 때보다 슬플때 클래식 음악을 찾게 되는 건 조금은 아쉽지만, 감정을 담아낸 선율이 담긴 음악이니 얼마나 좋나. 비싼 명품가방 보다도 아직은 살아있는 듣는 귀를 통해 더 오래된 작곡가의 곡들을 들을 수있는 시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인 21번은 말년의 깊은 감성과 고요를 잘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총 4악장 중 특히 2악장은 느리고 고요하게 흐른다. 인간의 고독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처음 도입부의 시작이 좋아 1악장을 자주듣지만, 성격이 다른 2악장도 각 악장별로 독립된 성격을 갖으면서 유기적인 연결관계를 맺는다. 슈베르트가 인생의 끝을 마감하는 시기에 쓰인 예술에 대한 내면적 성찰의 응축된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1악장 연주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2악장 연주 :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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