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낯섦과 꿈

슈만, 어린이의 정경 op.15

by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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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일이 버겁다고 느낄 때면 핸드폰을 열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꿈>을 듣고는 했다. 평안한 마음을 찾아주기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도 만들어주곤 했기에. 이 곡은 유명해서 피아노로 수차례 들어본 곡이지만 사실 아름답게 연주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피아노의 악보만 보고 어렵다 쉽다를 결정할 수 없다는 걸 치면서 알게 된다. 트로이 메라이가 속한 이 모음은 < 어린이의 정경> 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린이의 장면'이라는 원제의 이름과 달리 어린이를 위해 작곡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어른'을 위한 작품이다. 총 열 세 곡으로 이루어져있고, 다음과 같은 제목이 붙어있다.


낯선 나라와 낯선 사람들


흥미로운 이야기


술래잡기


조르는 아이


행운 가득



벽난로 앞에서


장난감 말을 탄 기사


너무 심각한


놀라게 하기


잠 드는 아이


시인이 말한다


호로비츠의 연주영상이 유명하지만, 난 밝고 깔끔하게 들려주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더 자주 듣는다. 다 듣고나면 기분이 맑아진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트로이메라이 7. 꿈은 기묘한 길을 걷는 환상에도 사로잡힌다. 지금은 선생님께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 전에만 해도 트로이메라이 한곡이라도 외워보고 싶어 꽤 오랫동안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유명한 곡이 가끔은 달리 들릴 떄가 있다. 지겹고 뻔한 음악이라서 듣기를 포기하고 중간에 다른곡으로 넘어가곤 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정말 질리지가 않고, 수천번은 들어왔던 곡인데도 이렇게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곡이란 생각만 들고 넘어가지지 않는다. 슈만은 이곡을 지으며 어떤 행복함에 빠져있던것일까.


자신의 어린시절의 한 축을 꿈속에서 거닐고 있는 것일까.

요새 새벽을 깨우는 일들을 시작하며, 새벽시간동안 멍하게 앉아있거나 책을 펴고 한 부분의 생각이 꿈 속 처럼 멈춰져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내 어릴적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어설픈 교회반주를 했던 시절. 어린이 성가대를 맡을 사람이 없어서 비전공자인 나를 지휘자로 세우고 몇년간이나 아이들 성가대를 맡게 한 일(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교회 성가대에 봉사하면서 헨델의 메시아를 불렀던 순간들. 그러고보니 어릴 적부터 교회음악과 고전적인 음악들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클래식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건가.


슈만의 음악 중 특히 피아노 작품은 음악으로 시적인 순간을 창조하는 시(詩)와 같습니다. 어떤 상황을 눈앞의 이미지처럼 묘사하는 듯싶다가 그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말하듯 전달 해 주지요.<일요일의 음악실>, 송은혜 /116쪽


조울증 증상으로 고생했던 슈만은 <어린이의 정경>을 통해 음악으로 자신의 병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아가게 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그는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렸을지도.



pf 손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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