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등대, 김애란
제주 카멜리아 힐에 소원 구슬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는 주로 남부 섬지방에 식생 하는 구실잣밤나무다.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엔 겐자부로의 판타지 동화인 『200년의 아이들』에서 "천 년 된 구실잣밤나무" 밑둥치에 들어가 진심으로 소원을 빌면 만나고 싶은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전설적인 나무로 등장한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핸드폰의 화면으로 다시 마주한 이 사진 속 나무에게 빌고 싶어진다.
주어진 삶의 평면에서 조금 더 평안한 세계를 꿈꾸고 싶다고.
시간들이 흩어져 버린 사람들의 기억들을 되살려 오고 싶다고.
오늘, 흩어져 버린 사람들의 기억을 찾아 애쓰시는 분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누리는 안락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임을 기억나게 한다.
밑둥치에 들어가 간절히 소원을 빌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지길 희망한다.
"아가야,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사람한테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어. 우리를 두고 떠난 그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만 하게 돼. 밭을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니다보면, 아직도 그 가엾은 사람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꼭 그날처럼 내 심장이 얼어붙는단다. 다 끝난 일이건만, 난 그렇게 되지 않는구나.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어.(.....) 이 세상 누구도, 어떤 것도 내 생각을 메이한테서 떼어 놓지 못할 게다. 나도 그러기 싫단다. 어쨌든 나는 언제까지나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으니까" -<그리운 메이 아줌마>, 68-69쪽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참사 희생자 분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