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2악장
2025년 1월부터 2월까지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다. 마치 타인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나의 자화상은 다른 몸이었고, 나의 '마음'을 두고 지낼 수 없었다. 누가 보기엔 그저 왼쪽 발목을 좀 다친것 뿐일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두다리를 땅에 두고 디딜 수 없다는 공포는 나에겐 막혀버린 갈곳잃은 벽같았다. 두렵고 어이가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갑작스런 고통을 지닌 나의 왼쪽 발목은 외상환자치고는 골절이 꽤 심했다. 세군데나 골절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집안에서 어이없게(?) 순식간에 내 발목은 부러졌다. 멀쩡하다가 다치게 된 그 순간에 나는 붕 떠버린 시간을 경험했다. 어떻게 골절될 것인지 붕 떠버린 시간들은 내 머릿속에 잠시 스쳐갈 뿐 뇌는 기억해 내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길 거부한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한 다고 했다. 이미 부을 때로 부어있었고 통증은 무척 심했다. 큰 대학병원에 갔지만, 정형외과적인 기본 수술이라는 이 수술을 2개월이나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병원에서는 하실 수 없다는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인근 수술 할 병원을 알려주었다. 다른 곳으로 가서 바로 수술을 하는게 좋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집 근처에 사는 친구는 나를 수술할 병원으로 데려가 주었다. 보호자도 아닌 내 친구는 모든 수속을 밟아가며 나를 입원 시켜주었다. 친구도 나도 모두 놀란 상태였고, 친구는 급히 내 보호자가 되었다. 엑스레이와 CT 그리고
MRI로 정밀하게 깨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뼈에 이상이 있는지 골다공증 검사도 진행했다. 나는 정상이었다. 단 몇 분만에 처음 알게된 이름 석자만 알게 된 안경을 낀 젊어보이는 날카로운 의사의 손에 내 발목은 맡겨졌다. 이 찰나의 순간들이 믿기 어려웠다.
'안에서 피부조직이 괴사가 될 수도있고, 다리를 열어서 상황을 보고 두번 수술 할 수 도 있다.' 등의 온갖 1%의 안좋을 상황들을 설명하는 의사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다리가 너무 부어 있다며, 다리를 올리고 있으라는 말을 듣고 왼발은 하늘을 향해 거상을 시작했다. 시간이 갈 수록 발목은 부풀어만 갔다.
하루만에 병원에 입원환자가 되었다.
왜 이런 상황에 병원에 와 있으며, 혼자 화장실에 가기위해 제대로 목발을 짚고 다닐 수 있을까. 누가 내 수술상황에 싸인을 할 것인가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이 머리를 스쳤다. 하루도 안되서 낯선 곳에 떨어져버렸다.
수술 전날 밤사이에 잠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내 입원 베드 옆에는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서 내다 볼 수는 없었지만 바깥의 밤과 낮이 오고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빛을 가진 밤을 작은 창문너머로 바라볼 수 있었다.
진통제를 맞으며, 하룻밤을 꼬박 샜다.
Ravel: Piano Concerto in G Major, M. 83: II. Adagio assai · Seong-Jin Cho · Boston Symphony Orchestra · Andris Nelsons · Maurice 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