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R. Strauss (arr. Max Reger) Morgen

by 포레






오전 11시 남동생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수술할 때 보호자가 있어야 했고, 수술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지 모를 1%의 가능성을 판단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 재택근무도 가능했던 터라 동생은 시간을 내주었다. 고마운 마음과 우리는 엄마 덕분에 마음의 결속을 다진 관계였나 보다. 그걸 확인해 본 시간이라고 할까. 남편을 대신해 동생은 수술방 앞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동생이 불편할 때 옆에서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일 까 싶었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척추로 하반신만 국소 마취를 한다고 했다. 척추 마취는 무통주사를 척추로 놓던 출산의 과정 때 느꼈던 것인데 귀로 내 발목에 철심을 박는 소리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면으로 선택했다.

마취약은 들어가고, 나는 다시 깨어났다. 동생에게 무얼 먹으라고 했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었다고 한다.

내시경 검사를 할 때마다 수면 마취는 좋은 건 아니겠지만, 푹 자고 난 개운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프로포폴 성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효과인 걸까.


묵직한 왼쪽 다리는 더욱더 무겁게 느껴졌다. 온통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찾아온다고 간호사들은 올 때마다 협박(?)을 했고, 마취가 풀리면 진통제를 주겠다고 했다. 냉찜질을 해서 부기를 빼야 했고, 무통주사를 맞히고, 비타민 D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모두 이 주사들은 비급여의 항목들이었다. 돈의 항목들을 들이대는 걸로 봐서 여긴 영리 기관이고 돈을 벌기에 이것저것 검사를 제안하는 영업기관이기도 했다.


1%의 불안함을 내 안에 제거하기 위해 우선 할 수 있는 것들을 했고, 동생과 조카이야기를 나누고 동생을 일찍 보내주고 싶었다. 동생은 남편올 때까지 화장실을 못 가는 누나를 화장실까지 링거를 잡아주었고, 어색한 웃음과 미소를 건넸다. 마취가 슬슬 플리고 오른쪽 다리가 감각이 살아날 때쯤 왼쪽 다리는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보다 왼쪽 다리가 평소에도 약했는데, 발목을 이리 다쳤으니, 운동할 때도 늘 왼쪽 발목을 신경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발목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혈관을 잡아서 5만 원짜리 무통주사를 달아주었다. 평소에도 혈관이 잘 잡히지 않아 늘 오른손으로 채혈을 했던 터라 간호사가 혈관 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수간호사가 와서 혈관을 하나 잡고, 땀을 뻘뻘 흘린다.

미안한 마음과 아프지 않게 해 달라는 인사를 건넸다. 여러 바늘 찔리면서 혈관을 건드리는 간호사를 만나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내 감사의 소리는 저절로 나오게 되었다.


쑥쑥 거리는 발목을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올랐고, 거상(다리 올리기)을 시작했다. 이게 밤새도록 해보지 않았던 다리 올리기는 허리와 골반에 부담을 주었다. 골반이 틀어지는 기분을 느끼다 못해 괴로웠다.

하지만 심장보다 다리를 올려야만 부기가 내려가는 상황은 냉찜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었고, 할 수밖에 없는 가장 좋은 처치였다.


남편이 왔고, 동생은 집으로 가라고 재촉했다. 아플 때 옆에 있어줄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 뼈가 저릴 정도로 뜨끈했다. 어릴 적 심부름으로 싸우고 으르렁 했던 이 녀석이 딸 둘을 가진 애 아빠가 되고 한가정을 이우러 삶을 살아나간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밤이 찾아왔다. 부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극한이 찾아왔다. 그래도 출산의 고통에 비해선 덜 아프다는 나의 합리화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아팠고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에게 간호사를 불러서 추가로 진통제를 놔달라고 부탁했다. 진통제는 순식간에 들어갔고, 아프지 않을 시간을 기다렸다.

10초가 지나고 나는 구역질과 식은땀을 흘렸다. 간호사를 불렀고,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들은 진정제를 다시 놔주기 시작했다.

'아..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간호사는 이 진통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더 비싼 진통제를 쓰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돈얘기군'

하긴 이런 얘기를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은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미리 금액을 말해주는 간호사가 오히려

더 친절한 거구나 싶었다.


더 비싼 진통제는 극한의 밤을 견디게 해 주었고, 잠을 좀 잘 수 있었다.

수술날 밤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은 태양이 다시 빛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갈 길 위에서, 우리, 행복한 우리를, 그것은 다시 결합시킬 것이다, 태양을 호흡하는 땅의 한가운데서 ... 그리고 넓고 파도가 푸르른 해안으로, 우리는 조용히 천천히 내려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내려온다, 행복의 커다란 침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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