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pf 임윤찬
학교의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웃음소리를 오랜만에 기분 좋게 듣는 동안에 5월이 지나가버렸다. 더위는 금세 찾아왔다. 옷장 안에 뒤적거려 반팔과 반바지를 앞선 반으로 꺼내 두며, 문득 여름임을 다시 깨닫는다. 여름의 바람이 오기도 전에 얼마 전 의사에게 발목을 지탱하고 있는 침들을 꺼내는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제는 뛰어다녀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여름방학이 되고 나면, 수술할 수 있도록 미리 날짜를 잡아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를 다시 열어 꿰매고 실밥을 풀기까지 2주 동안 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여름밤에 마실을 나가던 시간들도 갖지 못할지 모르고, 또다시 아픈 다리의 실밥을 풀어야 한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끝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싱숭하면서 묘한 안도감이 가져졌다.
6월, 나라의 새로운 기운과 내 마음에 불어오는 바람도 새로운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12.3 계엄을 겪고, 탄핵을 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뜨거운 햇살과 더욱더 더워질 거라는 올해 여름처럼 새로운 리더에 대한 설렘과 검증의 과정은 두렵기도 하였다. 다행히 지금은 새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보지 못하고 끄기만 했던 뉴스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하고, 문화 평론가 출신의 대변인의 브리핑을 들으며 기대감과 반가움을 갖기도 하였다.
김밥 먹으며 야근하고, 마라톤 회의를 갖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일은 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통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감수하고, 그들에게 업무보고를 압박 업무 방식은
말로만 듣던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좋든 싫든 여름의 바람은 새로이 불어오고 있다.
진정 여름은 우리에게 다가와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열정을 뿜고, 쑥쑥 자라나는 나무들의 성장처럼 무너진 시스템을 빠르게 복원할 수 있길 기원하고 있다. 이토록 나라 걱정을 해본 적이 또 있나 싶다.
갈라치기와 혐오와 비방으로 자신의 입신에만 매몰되어 있는 정치인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정치를 하는 인물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바로 들통날 걸 알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공직자들은 없기를. 너무나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봐서 그런지 눈이 뿌옇고 아프다.
다리의 수술부위가 아물어 가듯, 새로운 대통이 혈세를 염두에 가며 나라를 운영하듯, 아이가 자신의 학교생활을 적응해 가듯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이런 보통의 사람들이 여름의 바람을 일으킨다. 그 바람이 선선하게 꾸준하게 불어와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