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바흐: 코랄 전주곡,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BWV 645

by 포레
900%EF%BC%BF20250710%EF%BC%BF220326.jpg?type=w773


영원한건 오늘 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단 한사람>, 최진영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영원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8월 끝자락에도 더위가 남아있는 것을 보니 아직은 가을을 만나기 어려운 모양이다. 텁텁한 습한날씨가운데서도 최진영의 책 <단 한사람> 을 읽기 시작했다. <구의 증명>도 읽다 말았는데, 이 책도 그냥 읽다가 말면 어쩌나.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의 책을 넘어서 새로운 한국문학작품을 접하고 싶다. 낡아버린 사람이고 싶지 않은데. 동시대 문학인들의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나이탓일까 싶어 막연한 두려움이 앞선다.

글을 쓰는 중간에 중학교 3학년 정도의 남학생들이 내는 소음이 귀에 거슬리지만 여기는 카페니깐 참아야 하겠지. 아이와 'dorp'라는 식당에서 연어장 덮밥을 먹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가게 음식이다.

처음에는 맛이 없고 낯설었는데 두번쨰 먹으니 아이와 맛있다는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었다. 사각으로 잘라진 연어와 달달한 네모계란큐브 그리고 고추냉이를 조금 넣어 김에 싸먹는 음식이다. 생물을 그냥 먹는 걸 더 좋아하고 비벼진 형태를 싫어했는데, 아이가 추천해줘서 더 이 음식이 참으로 맛이 좋았다. 두번의 식사로 연어장 덮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아이를 공감해 줄 수 있겠다.

가끔 들르는 9호선 고속터미널 지하에 맛집한군데를 더 발견했다. <더모아> 라는 국수집을 가곤 했는데, 이번엔 그 맞은편에 <반포 메밀집>이다. 아줌마들이 줄을 서서 먹는 모습만으로 맛집일것 같아

사람들이 많지 않은 날 나도 앉아서 물막국수를 하나 시켰다. 제일 기본이 맛있다면 나머지 것들은 더더 맛있을게 뻔한다. 밀가루를 멀리하는 일주일 못참고 메밀국수를 먹어버렸다. 우선 본메뉴전에 열무김치와 생채 그리고 찐 보리밥이 조금 나온다. 보리밥을 수없이 먹어봤지만 통보리를 삶아낸듯한 보리의 식감이 일품이다. 이걸 오도독 씹으며 기다리면 물막국수가 나온다. 양도 많고 살얼음도 시원함을 더한다. 다른분들은 열무물막국수를 주로 드시고, 비빔도 맛있다고 한다. 겨울엔 다모아 여름엔 이집을 드나들어야겠다.

방학동안에 보는 것, 듣는것, 읽는것, 쓰는 것에 멀어져있었다. 블로그도 자연스레 멀어졌고 두달의 시간이 흘렀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나를 조급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도 좋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안쓴다고 내가 아프거나 달라지는 건 아닐테니깐. 아무일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일상을 굉장히 단순하게 살고싶을 것 같다. 먹는일, 운동과 식사를 준비하는 일상, 산책을 하다가 느즈막히 아이를 기다리는 일 말이다. 남들에게 지지부진 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평온한 일상을 갖는 이 순간이 엄청나게 큰 기적이라는 것을 세계의 다른나라들의 소식으로 느끼곤 한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를 해주는 일들 뿐이다. 그들의 일상도 평안을 갖게 해달라고. 평안을 갖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간은 일상의 몇일은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내야 느낄 수있었다. 나이먹어서도 소일거리를 놓치않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한수 또 배워나간다. 언젠가는 놓을 내 일들에 대한 감사를 더 갖자는 구태의연한 말들을 몇자 노트에 적어본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3화퍼펙트 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