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2025 쇼팽 콩쿠르
10월은 뼈아프다 못해 시리고 속이 답답 하도록 겪어내야 할 일이 많은 달이다. 남편과 10여년을 함께 지내도록 매년 더 잘 지내자며 약속을 한 달이기도 하다. 마음을 희석시키고자 음악을 듣고, 공연을 가고, 영화를 보며 그림있는 곳에 서 있어야만 하는 달이다.
10여일간의 긴 연휴를 마치고 내일은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연휴와 일상이 크게 구분되어져 있지 않아서 인지 마음이 답답하거나 힘든 일과에 고된 느낌이 덜하다. 시간과 일의 개념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은 건 10월이 되면 더더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저 숨을 쉬고, 테트리스의 조각처럼 맞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기에 잘 좀 살아야겠다는 무형의 다짐들이 무성할 뿐이다. 한해의 계획 과 해 내야만 할 일들이 쌓이지만 내 속도는 아주 천천하며, 진공의 상태다.
엄마는 훨훨 날아가가족들에게 하얀 나비로 찾아오거나, 내 아이의 마음 속 어딘가로 스며들어주기도 한다.엄마가 우리를 하늘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홀로 상처 받을 일이 있을 떄도 의연하게 그 시간을 빠져나오게 도와준다. 엄마가 꿈 속에서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아서 대화할 순 없지만 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동생네와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늘상 먹던 국수와 만두, 열무비빔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간에 지내온 친정 식구들만의 루틴이다. 하루를 오롯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두 남매가 모여 엄마와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바라시는 바가 아닐까.
올케는 밥을 먹고 난 뒤 미리 알아둔 스타벅스 가나아트점에 가자고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잘 살아내는 동생내외는 자기들만의 공유하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한옥으로 지어진 스타벅스 가나아트파크점에는 그림들과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이 곳에서만 파는 한옥모양의 케이크도 있었다. 장흥에 잘 오지 않는 나와는 달리 동생 내외는 가끔 엄마에게 다녀가며, 이 곳을 오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두리랜드랑 가나아트 파크, 조각공원도 보였다. 예쁜 그림들도 조각들도 스타벅스 안에 둘러볼 수 있도록 조화롭게 배치한 오브제들이 눈에 띄었다. 먹는것과 그림으로 입도 눈도 즐겁게 만들어준 것도 그랬지만 한옥 안에 갤러리를 만들어놓은 스타벅스 매장의 아름다움이 더 압도가 되었다.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공간이 아닌 한옥 갤러리와 천장 개방감으로 마음을 뻥 뚤리게 했다.
서로 잘지내라며 안부인사를 하고, 올케는 내가 오래도록 겪어온 피부질환에 좋을거라며 손 안에 비누 하나를 쥐어 주었다. 이 비누가 자신에게 잘 맞았고, 형님에게도 잘 맞기를 바란다며. 엄마가 며느리를 이름으로 부를 만큼 예뻐했던 그녀(올케)는 잘 챙기는 마음도 이쁘다. '엄마 아빠만 챙겨도 된다'. '시누이는 안 챙겨도 상관없다.' 로 그녀의 며느리 짐을 덜어주려고 애썼지만, 그녀는 늘 괜찮다고 말해준다. (괜찮지 않을걸 알면서도 그 말이 안심이 되는 걸 보면 나도 시누이.) 나를 위해 주는 선물을 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투박한 목멘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엄마를 보내고 돌아가는 길이 벌써 수차례나 반복되었음에도 오늘도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지 못했다. 늘상 같은 시기와 시간과 행동을 지내면서도 시간이 생경하기만 하다. 얼마나 더 지내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걸까. 그렇게 지낼 수는 있는 것일까.
비가 내리지만, 슬프지만은 않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우승으로 유명하기도 한 '쇼팽 콩쿠르' 19회가 올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다.
18회에 파이널 라운드가 진출했던 이혁 피아니스트가 올해도 참가하게 되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라운드들도 지켜보면서 쇼팽은 정말 좋겠다는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곡을 이토록 다양하게 해석하는 연주해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