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바로 6월 30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셀러브리티> 솔직히 말하자면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땐 딱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런데 주말에 아파서 계속 누워있다 보니 너무 심심했던 거다. 1화만 볼까? 하며 클릭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12화까지 달려버린 나. <더글로리>이 후 간만의 넷플 드라마 정주행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에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더글로리>와 비교하기엔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조금 급이 떨어진다'. 다음 내용이 추측이 되는 엉성한 플롯의 스토리, 특정 배우들의 foot연기, 의미 없이 자극적이기만 한 연출 등은 초반에 드라마 정주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런데 어쩌다 난 이렇게 정주행까지 하게 된 걸까. 아무래도 이 스토리가 그렇게 허황되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씁쓸하지만 어느 정도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의 하나를 모티브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 때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유명해져라. 그럼 당신이 똥을 싸도 세상은 열광할 테니
바로 이 대사가 드라마의 내용을 압축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에 있는 듯한 소위 말하는 그 인플루언서, 셀러브리티(셀럽)들이 왜 그렇게 팔로워수에 집착하는지 이 드라마는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엔 오버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K(팔로워 10,000이 넘어가면 K가 달린다)를 달기 위해 노력하는 인스타그래머들을 보게 된다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상상 속에서만 쓰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거다.
어쨌든 박규영이란 배우는 이 드라마 전에서도 <스위트홈>에서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 있었다. 그녀가 가진 외모는 화려함 보다는 단아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 있고 이런 매력이 이번 드라마의 서아리 역에 찰떡으로 어울렸다. 실제로도 '인스타 여자 친구'이라고도 불리는 그녀의 실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초월 캐스팅 아닐까 싶다. 그녀를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이 매회마다 걸치고 나오는 명품들을 구경하는 맛도 쏠쏠했다. 옛날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도 느껴졌고.
누구나 유명해지면 돈을 벌 수 있는 세상
인스타그램이 바로 그런 신흥 귀족을 만들었다. 나 또한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녀였던 적도 있었다. 무지성으로 라방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그녀들이 곤란에 처하면 피의 실드를 펼치고 다닌 적도 있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그런 과거의 내가 생각나며 얼마나 이불에 하이킥을 했는지 모른다. '인친'(인스타그램친구)이라는 말은 미묘하게 그들과 나를 동급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아는 언니(폰 밖에 있지만), 내가 아는 친구(실제로 만난 적도 없지만)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들의 현란한 말에 간이고 쓸개고 다 주었던 그 시절. 내 통장에 돈은 없지만 그들은 대박 나길 기원한다는 아이러니한 응원.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이건 '거울치료'가 따로 없다.
이렇기에 몇몇 억지스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는 드라마의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이 어딨겠어 할 것이고 드라마니까 이러겠지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살아보니 사실 현실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막장인 경우가 많더라. #팝콘각 인 일들이 나한테만 일어나지 않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해 본다. 내가 누군가의 팝콘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