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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Apr 21. 2023

보상없는 봉사

'봉사'


국어 사전에서 봉사의 의미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되어있다.


누군가를 위해 애쓴다라. 봉사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면 참으로 멋져 보인다. 종교적 신념으로 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종교가 없어도 개인적인 신념으로 봉사를 하는 분들도 계실테다. 나도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나 보다. 선한 사람이 아닌데 선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욕망이였을까.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다시 국어사전을 찬찬히 들어다보자.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아차차...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 포인트였나보다. 내 자신이 갈려나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그렇게 시간과 기력을 모두 쏟아 부었던 것이다. 과연 누굴 위해서? 


처음엔 단순히 기쁜 마음이 컸다. 내가 가진 능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찰떡인 것 처럼 내가 그랬다. 생각해보면 그건 오만이였다. 그 사람들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아니였는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인냥 착각을 했던 거다. 내가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들의 세상은 잘 돌아간다. 무엇 때문에 나는 자신을 돌보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올인했던 걸까?

인정 욕구가 컸던 걸까.


내가 좋다고 시작한 일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기에 딱히 터놓을 곳도 없이 혼자서 끙끙 앓다가 결국 병이 들고 말았다. 조금 더 내가 쿨해지면 되는데,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모두 다 떠 안고 가다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답이 없다. 하루에도 수 십번씩 심장 박동수가 요동쳤다. 손에 찬 애플워치는 계속 나에게 경고를 보냈다. 심장이 터져 버리는 것 같았다. 부담감과 불안함으로 몸과 마음이 그렇게 병들어 가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본다. 지금 당장 내가 먼저 해야할 일은 뭔지, 나는 앞으로 무엇을 향해 나가야 하는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러보아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찾아야만 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이 병은 거절을 못해서 생긴 병이다. 이 병은 보상이 없기에 생긴 병이다. 조금 더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다면 얻지 않았을 병이다. 이 병이 더 커져서 나를 좀먹기 전에 멈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포기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뻔뻔해지기로 했다.


그래서 이젠 좀 뻔뻔해져 보려 한다. 열심히 하면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줄 것이라는 헛된 망상은 이제 집어치우고 스스로를 이제 돌보기로. 모든 일을 나에게 떠맡기고서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이젠 내가 먼저 거부해 보련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젠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보상없는 봉사는 이제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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