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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빌런입니까?

느껴져요...꼰대의 향기가

by 마이라떼

독서모임에 기웃기웃하기 시작한 지 어언 5년차가 되어가고 있다.


책으로 시작한 독서 모임은 일회성으로 끝나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모임들도 있다. 없어진 모임 중에는 강렬한 다툼으로 끝나거나, 일방적으로 리더가 모임을 나가버리거나, 구성원들의 의지가 부족하여 자연스럽게 뜸해지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다양한 유형을 보았다.


사라지는 모임의 중심엔 흔히 '빌런'이라 불리는 참가자가 있다. 완벽한 모임 참가자가 세상에 어디있을까. 누구나 하나씩 단점을 가지고 있고 우린 그 단점들을 극복하고 장점을 발전시키기 위해 책을 읽고 토론에 참여한다.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이런 빌런의 행동양상을 가끔 보였음을 고백하며, 그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는 지 말해 보고자 한다.




1.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천동설 빌런

가장 흔한 유형이다. 유독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자기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대화 속에 자랑을 녹여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대부분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일단 '라떼는 말이야~'로 첫 마디를 시작하면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읽던 책과 관계있는 얘기라면 다행. 솔깃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 새 내가 독서모임에 참여한 건지 방청객이 된 건지 헷갈린다.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의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이든 정도껏!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하지 못하다는 공자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자.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2.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고. 투덜쟁이 스머프 빌런


결국 모임이란 여러 사람이 모인 공동체이고 그 공동체가 잘 운영되기 위해선 규칙이 필요하다. 물론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의견을 다 들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독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자기 뜻대로 이 모임이 운영되지 않으면 불만을 표출한다.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자기가 모임 운영을 하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가. 아쉽게도 그들에겐 그런 열정은 없다. 남에게 지적질을 하는 것이 백만배나 더 편한 법. 사사건건 '이건 이렇지 않아요?', '저건 저렇지 않아요?'를 말하며 다른 이의 동의를 구한다. 존중과 배려는 그들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불만있다면 모임에 안나오면 될 텐데 꾸역꾸역 나오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3. 남들과는 다른 나. 쿨병 말기 빌런


가끔 남들과는 다른 나라는 착각에 취해 이것 저것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남들이 알아내지 못하는 걸 찾아낸다는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이들은 사사건건 맥락을 끊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부류인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얹는 일등공신이다. 처음엔 그 사람이 말할 때마다 ‘오~’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또 시작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팩트체크는 거기까지. 진짜 팩트는 쿨병으로 포장한 당신의 무례함이다. 독서토론은 책을 통한 대화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다. 그 말을 하면서 좋아지는 건 자신의 기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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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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