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준아. 너에게 편지를 써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 엄마는 늘 너에게 편지를 받기만 했지. 너에게 편지를 자주 쓰진 못했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언젠가 이 편지를 전해줄 날을 기다리며 오늘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쓰려고 해.
어제 네가 나에게 줬던 선물, 기억나니? 네가 좋아했던 장난감 박스 위에 “엄마 사랑해♡”라고 크게 적어 놨었지. 컴퓨터 앞에서 정신없이 글 쓰고 있는 나의 옆으로 다가와 내밀었던 너의 그 선물박스. 엄마를 위한 서프라이즈라며 빠진 이빨을 드러낸 채 환하게 웃던 너의 모습. 웃을 때마다 반달모양이 되는 너의 눈과 살짝 상기된 분홍색 빰이 얼마나 사랑스럽게 보였는지 너는 알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었던 그 상자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초코렛 과자가 들어있었어.
싶었는데 말야.
학원에서 열심히 모은 칭찬스티커로 교환받아 온 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몰라. 네가 먹고 싶었던, 가지고 싶었던 간식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걸 참고서 엄마를 위해 준비했니? 그리고 그 과자옆에 놓여있던 빨간색 종이로 접혀진 하트까지도 모든 것이 갑작스럽지만 기뻤어. 조심스럽게 펼쳐 본 그 하트 속에도 너의 진심과 사랑이 가득 들어있었지.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레고로 만든 작은 상자안에는 장난감 반지가 들어있었어. 미술학원에서 만들었다며 위에 덮여진 건 진짜 금이라고 강조하던 너. 이거 진짜 금으로 만든 종이인걸까? 진짜 금이 아니라도 좋아. 네가 그렇게 말햇으니 이건 오늘부터 나에게 금반지가 되었단다. 너의 아빠도 나에게 이렇게 프로포즈하지 않았는데 너의 미래의 여자친구가 조금 부러워졌어.
곧 10살을 앞둔 남자 아이라 조금은 무뚝뚝 해 질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너는 엄마를 좋아하는구나, 사랑하는구나. 언젠가 너도 나이를 먹으면 이런 일은 유치하다고 하지 않을지도 몰라. 엄마를 향한 사랑고백 또한 낯간지럽다고 하지 않을 지도 몰라. 하지만 말이지, 특별한 날도 아닌 평범한 11월의 추운 겨울밤을 어느 날 보다 따뜻하고 빛나게 만들어 준 건 너의 그 선물 때문이었을거야.
내가 살면서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엄마는 왜 나이를 먹으면서 눈물만 많아지는 지 모르겠어.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벅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너를 안아 주었지. 그리고 말했어.
“고마워, 사랑해”
나는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 말을 네가 태어나기 전에 했던 말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한 것 같아. 정말 네가 내 곁에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도 나는 매일이 설레고 즐겁고 행복해.
나는 엄마에게 한 없이 무뚝뚝한 장녀였거든. 네 나이 무렵에 난 엄마에게 사랑을 이렇게 표현해 보지 못했어. 그 때의 일들을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나도 너처럼 엄마에게 ‘사랑해요’ 라고 실컷 말해 드릴걸. 엄마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엄마를 힘껏 안아드릴걸.
이제와서 엄마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하면 엄마는 왜 이러냐며 부끄러워하셔. (여기서 말하는 엄마는 외할머니라는거 너도 알지?)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그렇게 사랑을 서로 표현하기엔 쑥쓰러울 정도로 늙어 버렸나봐.
그래도 말야. 엄마도 너처럼 엄마의 엄마에게 계속 말해볼게.
“엄마, 고마워. 사랑해.”
2023년 11월 30일
나의 행복전도사 준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