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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Dec 06. 2023

좋은 하루 되세요.

말에는 힘이 있으니까 

아이를 등원시키고 갑자기 따뜻한 라떼가 먹고 싶어진 아침이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아파트 앞 상가에 있는 커피집으로 가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롱패딩을 입어도 이른 아침의 바람은 차가웠다. 어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들고 집으로 갈 생각에 살짝 설렜던 그때. 


000번 손님, 라떼 나왔습니다. 



어느 때와 같이 주문한 라떼였다. 반사적으로 카운터 앞으로 나가 말없이 라떼를 받아 들었던 순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늘 뵙던 여자 사장님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 주셨다. 늘 라떼만 받아 들고 고개만 꾸벅하며 크지 않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만 되뇌었던 나인데, 그 순간은 살짝 당황했다. 오늘따라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외치는 사장님의 표정에서 활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살짝 상기된 듯 한 톤 올라간 발랄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 나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화답했다. 예상치 못했던 아침 인사말에 잠시 가슴이 따뜻해졌달까. 영혼 없는 기계적인 인사말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역시 말에는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몽글몽글 올라온 우유거품처럼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종이컵을 두 손으로 살포시 만져본다. 따뜻하다. 최근 키오스크가 가게의 주문이나 서빙을 담당하기 시작하니 직원과 손님은 서로 소통할 일이 거의 없다. 차가운 터치스크린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촉. 손님은 기계적으로 주문하고 직원은 기계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한다. 키오스크와 나 사이에는 어떠한 안부인사도 없다. 역시 기계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다. 




커피집 사장님의 따뜻한 아침 인사말 덕분이었을까. 나는 오늘 좋은 하루를 보냈다. 좋은 사람들과 책을 읽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끝없는 수다를 했다.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을 한결 덜어내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오늘이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워졌다. 스스로에게 걸린 구속을 풀게 해 준 것은 분명 사장님의 진심이 담긴 인사 때문이었을거다. 


내일 아침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도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말을 건네야지. 말에는 소망을 이루게 해주는 힘이 있으니까.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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