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마음 끝이 없는 욕심

멀리 멀리 사라지면 훨씬 아름다운 세상 될 거야

by 마이라떼

난 '착하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한 때 성선설을 믿었다. 분명 모든 사람은 착하게 태어났고 세상에 나쁜 것들이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나쁘게 물들인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난 만화가 좋았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착하고 정의로웠고 나쁜 악당들은 자신들의 죄를 반드시 되돌려 받고야 말았다.


권선징악.


착한 사람은 승리하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분명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그럴 것이라 굳게 믿었다. 적어도 어른이 될 때까지는...


어른이라. 생각해보면 어릴 적 썩 그렇게 착한 어린이는 아니였던것 같다. 그런 어린이가 어른이 되었으니 착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다. 그래도 적어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最善)의 선택을 하려고 늘 노력했다. 지금 당장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나의 동기가 선하다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그 선행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어느 순간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것도 싫어졌다. 딱히 사람들이 칭찬할 거리가 없어 찾다 찾다 못해 그런 말을 하는 거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말을 듣는게 괴로웠다. 착한 사람이 아닌데 착한 척을 하려니 쉽지 않았나 보다. 생각해 보면 착한 아이 증후군이였을지도. 장점이 없는 나란 사람을 조금이라도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려는 포장지를 찾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말한다. 욕심을 가지라고. 지금 내 자리에서 만족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든 지키고 타인을 믿지 말라고 세상이 말한다. 내 것을 아무 대가 없이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호구 둘 중의 하나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맞아, 인간은 원래 나쁜거야. 난 왜 그리 쉽게 사람을 믿었을까. 내가 호구였던 건지 그 사람들이 사기꾼이였던건지. 이젠 성악설을 믿는다. 알고 보면 나 또한 나쁜 사람이였을지도 모르지. 씁쓸하다. 더 이상은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우리 아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금방 빠져들어 버리는 '금사빠'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자기 것을 홀랑 주고 집으로 돌아 오는 일이 많았다. 외동이라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 욕심이 많은 줄 알았는데 친구 앞에선 호구가 따로 없었다.


속상했다.


꼭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좀 더 자기 것을 지켰으면 좋겠는데. 이 아이가 곧 상처받을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너도 나처럼 호구가 되면 안 되는데.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걸까. 아이가 상처받기 전에 친구를 다 믿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 나처럼 언젠가 크게 아프더라도 친구를 믿어보라고 해야하는 걸까. 욕심을 가지고 너의 것을 꽉 붙들어서 절대 친구에게 뺏기지 말라고 얘기해줘야 할까.


세상은 만화영화가 아닌데 세상을 아름답게 보지만 말았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은 어떻게 억눌러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만화책에서 보던 그런 아름다운 우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너의 그 친구는 언제든지 너를 떠날 수 있다고. 너를 믿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렇게 아이에게 말해주는 엄마가 세상에 어디있어. 난 모순 투성이의 육아를 하고 있다.



어릴 적 보면 천사소녀 네티가 생각났다. 스스로 '정의로운 도둑'이라 칭하는 네티말이다. 네티(샐리) 옆에는 그녀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친구, 세인트가 있었다. 도둑과 수녀견습생이 절친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네티가 괴도 일을 나서기 전에 둘은 늘 기도를 한다.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네티는 좋겠다. 자기가 하는 일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심지어 자신을 위해 기도까지 해 주다니 이런 친구가 과연 현실에서 존재할까.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텐데. 이것 또한 나의 욕심인 것 같아서 마음이 괴롭다.


나쁜 마음 끝이 없는 욕심 멀리 멀리 사라지면 훨씬 아름다운 세상 될 거야.


사진: pixabay

일러스트: 마이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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