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삼국지 북클럽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말했을까?
어떤 책이든 읽으면 읽을 수록 숨겨진 진국이 드러나고 초독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한 책을 세 번이상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어떤 책들은 결말을 알고 읽으면 재미가 덜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데 10권이나 되는 삼국지를 세 번 읽어야 얘기해 주겠다니,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삼국지는 늘 나에게 넘지 못할 벽과도 같았다. 넘고는 싶었지만 넘기 싫은 벽.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벽.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기분을 주는 벽. 이 벽을 넘든지 부숴버리든지간에 삼국지 읽기는 평생의 숙제와도 같았다.
삼국지에 대한 기억이라곤 어렸을 적 티비에서 보여준 만화에 대한 기억 뿐이다. 지글지글거리는 볼록화면에서 나오던 주제가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어린 시절 추억이란 실로 대단하다. 책을 읽기도 전에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은 나의 뇌리속에 강하게 남겨졌다. 선한 인상의 유비, 긴 수염에 도인같아 보이는 관우, 듬직한 풍채의 막내 장비. 이 셋이 도원결의를 외치는 장면은 그때부터 쭉 나의 기억속에서 끝없이 리플레이되었다.
"유비, 관우, 장비 아아아아아~ 복숭아 나무 아~래서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유비, 관우, 장비 천하의 무적일세.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땅 당해낼 자 없으리~~
아~아~ 천하는 언제나 통일이 될까~
영웅 호걸들이 모여 펼치는 신나는 삼국지"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삼국지 지식은 이 주제가가 끝이였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 싸우며(거기에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함) 천하통일을 꿈꾼다라는 내용이 내가 삼국지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음, 실로 무식하다면 무식했다. 여기서 더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삼국지를 읽던 읽지 않던 내가 사는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삼국지, 그게 뭐라고. 유비,관우,장비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 그래도 조조, 제갈량 정도는 워낙 여기 저기서 자주 등장하시는 분들이라 알고 있었다. 이름만 말이다.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유명한 사자성어 때문에 삼국지를 읽지 않아도 제갈량이 유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는지 아는 정도라고나 할까. 근데 이 정도만 안다고 해서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었다.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지금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극도로 발달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하는 이 시대에 이런 고전 중의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주변을 돌아봐도 수학,과학 교육으로 달리고 있는데 이런 고전을 아이와 함께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 답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찾아가 보려고 한다.
모두가 빨리 앞으로 달려가는 시대에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함께 토론하기로 했다.
아빠, 엄마, 아들
각기 다른 세 명이서 나누는 삼국지 북클럽 이야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