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나를 응시하며 바라보는 두 눈,
말하는 것이 고민되는 듯 잠시 아래를 향해 떨구던 머리,
그리고 짧게 이어진 한숨 뒤 나에게 날아온 한 마디.
"네?"
"00님, 지금 이 일이 처음이시죠?"
"네..."
"그럼 이렇게 열심히 해선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요. 왜 밤샘을 해. 그냥 잠오면 자요. 괜찮아."
들키고 말았다.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었는데 결국 밤샘으로 엉망이 된 내 정신은 오락가락, 그것이 결과물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마감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잠을 줄였다. 아이의 겨울 방학과 함께 내 시계는 멈춰버렸고 도저히 낮에 나만의 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루 세 끼, 꼬박 밥을 먹이고 지저분해진 집을 원상복귀시키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흘러갔다. 남의 속도 모르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의 물살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라앉지 않게 발을 휘저으며 간신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숨을 쉬는 것일 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였다. 겨울방학동안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였다.
나이가 들며 잠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몸에서 이상신호가 나왔기에 여기서 잠을 더 줄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누적이 되니 새로 시작한 일들이나 하고 싶었던 일들은 자꾸 딜레이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브런치 업뎃이였다. 시작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한없이 일들은 쌓여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병이 돈을 만들어 줘, 쌀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은 불치병이며 자랑스러운 병도 아니라는 건 이미 지난 실패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너무 힘줘서 시작했다가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 것. 짧고 굵게 불타 버리는 성냥개비 같은 멘탈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 그 분은 나를 본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나를 잘 파악하신 거다. 부끄럽게도 이번에도 들켰구나. 과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
잘하지 못하니 열심히 라도 해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근데 누구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사 면접에서 이 말하면 바로 떨어진다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촌스럽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열심히 할께요, 라고.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
나를 좀 더 아껴주라는 말,
단호하면서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 분의 음성을 기억한다. 이렇게 아등 바등 뭔가 해보겠다고 애쓰는 내 모습을 벌써 들켜버린 부끄러움은 잠시. 이젠 완벽하게 중년에 접어든 나로서는 이런 말이 이제는 고맙게 들린다. 이젠 생존이 먼저라는 걸.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나이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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