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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Feb 21. 2023

열심히 살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00님. 그렇게 열심히 살지 마세요."


나를 응시하며 바라보는 두 눈, 

말하는 것이 고민되는 듯 잠시 아래를 향해 떨구던 머리,

그리고 짧게 이어진 한숨 뒤 나에게 날아온 한 마디.


"네?"


"00님, 지금 이 일이 처음이시죠?"


"네..."


"그럼 이렇게 열심히 해선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요. 왜 밤샘을 해. 그냥 잠오면 자요. 괜찮아."



들키고 말았다.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었는데 결국 밤샘으로 엉망이 된 내 정신은 오락가락, 그것이 결과물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마감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잠을 줄였다. 아이의 겨울 방학과 함께 내 시계는 멈춰버렸고 도저히 낮에 나만의 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루 세 끼, 꼬박 밥을 먹이고 지저분해진 집을 원상복귀시키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흘러갔다. 남의 속도 모르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의 물살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라앉지 않게 발을 휘저으며 간신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숨을 쉬는 것일 뿐.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였다. 겨울방학동안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였다.


나이가 들며 잠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몸에서 이상신호가 나왔기에 여기서 잠을 더 줄이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누적이 되니 새로 시작한 일들이나 하고 싶었던 일들은 자꾸 딜레이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브런치 업뎃이였다. 시작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러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한없이 일들은 쌓여가고 있었다.


이건 병이다.


열심히 완벽하게 뭔가를 끝내야 한다는 병.


고치지도 않는 몹쓸 병.


그렇다고 이 병이 돈을 만들어 줘, 쌀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은 불치병이며 자랑스러운 병도 아니라는 건 이미 지난 실패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너무 힘줘서 시작했다가 끝맺음을 하지 못하는 것. 짧고 굵게 불타 버리는 성냥개비 같은 멘탈과 체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 그 분은 나를 본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나를 잘 파악하신 거다. 부끄럽게도 이번에도 들켰구나. 과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 



잘하지 못하니 열심히 라도 해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근데 누구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사 면접에서 이 말하면 바로 떨어진다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촌스럽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열심히 할께요, 라고.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

나를 좀 더 아껴주라는 말, 


단호하면서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 분의 음성을 기억한다. 이렇게 아등 바등 뭔가 해보겠다고 애쓰는 내 모습을 벌써 들켜버린 부끄러움은 잠시. 이젠 완벽하게 중년에 접어든 나로서는 이런 말이 이제는 고맙게 들린다. 이젠 생존이 먼저라는 걸.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나이임을.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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