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나) - 장국영이 노래한 '장국영'

나의 레슬리 ep25 : 내가 사랑한 가수 장국영 (8)

by 장지희

장국영을 좋아하면서 나는 가수와 싱어송라이터의 차이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본인의 감성과 생각을 오롯이 담아낸 노래를 만들고, 그것을 직접 부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레슬리는 '의외로' 자작곡이 많은 싱어송라이터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만들어낸 배우"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각본이나 감독, 혹은 주제가를 부르는 것과 연기를 겸하는 경우는 봤어도 주제가 작곡과 연기를 겸한 경우는 내가 알기론 그가 유일하다.


그에게 이 유일한 타이틀을 선사한 작품은 가수로서는 은퇴한 상태였던 90년대 초에 출연했던 <백발마녀전> 시리즈인데(그리고 훗날 <금지옥엽2>의 주제가도 작곡한다), 극 중의 인물을 살아낸 당사자가 쓴 곡이어서인지 사랑을 잃은 주인공들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덕분에 여명과 장국영이 차례로 부른 1편의 주제가 <一生最愛(일생 최고의 사랑 / 훗날 장국영이 다시 부르면서는 '紅顏白髮'로 제목을 바꾸었다)>와 왕비가 부른 2 편의 주제가 <忘掉你像忘掉我(당신을 잊는 것은 나를 잊는 것과 같아요)>는 지금도 전주만 들어도 먹먹해지곤 한다.


그런 그의 자작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나는 늘 <(나)>라고 대답한다. 비록 가사는 다른 이의 손을 빌어서 썼으나,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스스로에 대해 잘 표현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장국영을 가장 잘 드러내고, 그와 동시에 가장 장국영다운 곡이라고.



https://youtu.be/R1Vjnwi4rzE

그가 출연했던 영화의 명장면들로 꾸며진 영상. 노래의 가사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I am what I am


我永遠都愛這樣的我

나는 이런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야




快樂是

즐거움은,


快樂的方式不只一種

즐거움의 방식은 하나가 아니야.


最榮幸是

가장 영예로운 것은


誰都是造物者的光榮

누구나 조물주의 영광이라는 것이지




不用閃躲
피할 필요 없어


為我喜歡的生活而活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기 위해 살면 돼


不用粉墨

꾸미지 않아도 괜찮아


就站在光明的角落

그저 가장 밝은 곳에 서 있으면 돼




我就是我

나는 그저 나야


是顏色不一樣的煙火

색이 다른 불꽃이지


天空開闊

광활한 하늘


要做最堅強的泡沫
가장 강한 거품이 될 테야


我喜歡我

나는 내가 좋아


讓薔薇開出一種結果

장미가 꽃을 피우는 것처럼


孤獨的沙漠裡

고독한 사막 속에서도


一樣盛放的赤裸裸

숨김없이 만개하도록




多麼高興
이 얼마나 즐거워


在琉璃屋中快樂生活
유리로 만들어진 집에서의 행복한 삶이


對世界說

세상에 대고 말해


什麼是光明和磊落

무엇이 떳떳한 것인지



이 곡은 장국영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하려던 곡이었는데 첫 소절인 “I am what I am” 이후의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오랜 세월 함께 일해온 홍콩 최고의 작사가 임석에게 의뢰한 곡으로 유명하다.

임석이 써 내려간 가사를 처음 듣자마자 “내가 생각한 그대로”라며 만족해했다고.


이 노래의 첫 소절이자 노래 전반을 아우르는 메시지인 “I am what I am”은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나온 문장이라고 하는데, 홍콩배우 곡덕소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영화 <연전충승>을 촬영하기 위해 오키나와의 한 리조트에 머물렀던 당시였다고 하는데, 당시의 현장은 마치 친구들끼리 함께 여행을 온 것처럼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여느 날처럼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곡덕소가 레슬리를 일컬어 "I am what I am, I am very special kind of creation (나는 그저 나일뿐, 나는 매우 특별한 창조물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이 꼭 자신을 의미하는 말 같다는 곡덕소의 말에 감명을 받은 장국영은 그 자리에서 "그렇다면 노래로 만들어야지!"라고 응수했단다.


그리고 그 말처럼 레슬리는 “I am what I am”이라는 첫 소절을 정해두고 노래를 만들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곡이다.


곡덕소는 훗날 장국영이 이 노래를 두고 자신과 인연이 있는 곡이라 생각되어 무척 기쁘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떠나 노래 자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곡이라고.

그리고 이 곡의 제작과정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지분도 없지만, 나 역시 곡덕소의 그 말에 넘치도록 동감하는 바이다. 노래 자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꼭 그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張國榮_信傳媒.jpg 분명히 웃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슬퍼서 한참을 들여다본 사진 [출처 : cmmedia.com.tw / kadist.tumblr.com]



나는 이 노래에서 장국영 자신과 그의 삶에 대해 짧으면서도 강렬하게 비유한 3개의 표현을 좋아한다.


첫 번째는 아마도 이 노래에서 가장 유명한 표현일, '남들과 색깔이 다른 불꽃’이다. 이 구절은 말 그대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인민일보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평론에 이 구절을 인용하는 바람에(정확히는 "남들과 색이 다른 불꽃도 똑같이 꽃을 피운다"고 했다) 최근에는 다른 뜻으로 더 많이 해석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보다는 수많은 재능과 특별한 감수성을 가진 ‘남다른 장국영’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으로 아끼는 표현은 ‘광활한 하늘을 떠도는 가장 강한 거품’이라는 구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깨지기 쉬운 듯 연약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강한 그의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거품처럼 가볍게 날아다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쉽게 흩어지거나 꺼지지 않는 마음을.


마지막 구절은 '유리로 지어진 집’이라는 표현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만들어진 집에서 산다는 것은, 삶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 상상만 해도 고달플 일일 텐데, 그 안에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역설적으로 노래하는 장국영이라니.



세 표현을 모두 이어놓고 보니, 참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남들과 다른 색깔로 타올랐던 장국영은,

그래서 거품처럼 가벼우면서도 강해야 했던 그는,

유리로 지어진 집에서

어쩌면 행복한만큼 불행했고 불행한 만큼 행복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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