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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희 Apr 30. 2020

"장국영을 닮았다"는 말에 대하여

나의 레슬리 ep38

최근에 다시 소셜미디어에 열심히 접속하고 있다.


남들 다 한다는 유명한 서비스마다 회원가입은 하나씩 해두었지만, 사실 부지런히 업데이트를 하는 편은 못된다. 한동안 재미가 붙으면 열심히 하다가도 또 한동안은 푸스스 식어버리기도 한다. 업무를 위해 SNS를 사용하면서는 더욱 더 관심이 식었는데, 요즘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다.


그런데 좀 더 제대로 놀아볼까, 하는 차에 계정 해킹을 당했다. 몇 년씩 접속을 하지 않아도 별 일 없던 계정이었는데. 해킹의 형태도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는 것이어서 좀 무섭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던지는 지금의 이 순간의 생각과 이미지들을 읽으며 웃기도 울기도 하는 요즘이다.



SNS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장국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본다. 한때는 장국영을 언급하는 글이 작성될 때마다 자동으로 알람이 뜨도록 설정해 놓고 살았는데, 이제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돌아보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렇게 느슨하게 동네 순찰을 돌 듯 '장국영'을 검색하면, 매우 주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글들이 있다. 바로 아이돌 팬들이 남긴, "우리 아이 장국영이랑 너무 닮지 않았나요?" 하는 글이다. 대개는 레슬리와 아이돌의 얼굴을 이어 붙인 비교 사진이 증빙자료처럼 함께 올라온다.


그런데,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나는 사실 좀 당황스럽다.

왜냐고? 죄송하지만 사실 그다지 (사실은 1도) 공감이 안되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동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속의 아이돌 역시 미남인 것은 맞으나, 레슬리의 얼굴은 요즘 아이돌의 얼굴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저기... 제가 장국영 얼굴만 30년 넘게 판 사람인데요, 제가 보기엔 안 닮았어요." 하고 단도직입적인 답을 달아볼까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하지만 누군가와 싸우는걸 세상 제일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늘 아휴 그래 이게 다 레슬리가 과히 잘난 탓이려니 하고 지나치곤 한다.



잘생긴 남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유명세를 이렇게 치르는 것일까. 어쩌면 "장국영을 닮았다”는 말은 잘생겼음을 인증받는 KS마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장구겨이(오타 아님. 성동일 톤으로 읽어보시라)' 캐릭터가 그렇지 않았던가. 동네에서 최고 잘난 미남이라서 동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장국영이라고 불렀다는 인물 말이다.


한편으론 세월이 이렇게 흘렀음에도 무려 아이돌 팬들에게 소환되다니, 감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하지만 사실 이건 레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아도 잘 생기고 멋진 스타를 더 빛내기 위해 부러 소환되는 것이다. 그런 글을 읽고 돌아설 때마다 입맛이 씁쓸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스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그 팬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장국영을 닮았다"는 글 하나에 이렇게 파르르 하는 나 역시도 팬심이니까. 하지만 내가 확실히 아는 것 하나는 당신의 스타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굳이 나의 레슬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사족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저 SNS에서 종종 마주치는 여러 글들에 대한 소회를 남긴 글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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