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마흔 살의 워킹맘에게,
안녕, 네 얘기 들었어. 응 많이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봤을 때 너는 지금 회사보다도… (네가 커리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야) 아이들의 생각에 힘든 거 같아. 갑자기 회사에 가는 너를 보면서 우는 둘째 (이런 일은 또 처음이야 그지), 보름달에게 엄마가 서울에만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는, 어제 스스로에 대해서 속상해하면서 눈물을 보인 첫째. 정서적으로 아이들 옆에 있어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고민이 되는 거겠지..
우선 생각해 보면, 이번 이직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었던 거 같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서 사인을 하는 시점에 새로운 회사 오퍼를 받았고.. 출퇴근이 힘들기는 하지만 (왕복 6시간 반…?)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지금도 일 자체는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깎인 연봉이 아쉽게 느껴지겠지만, 아직 커리어의 끝도 아니고, 배우는 점도 많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
그런데 말이야, 생각보다 엄마로서 와이프로서 쉽지 않았다 그지? 왕복으로 6시간 반..이라는 게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결론 이후에, 회사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면서 일주일에 한 이틀은 집에 못 들어오고, 이게 생각보다 참 크네. 남편은 머리로는 이해해 주지만, 남편 나름대로 많이 힘들었으니, 서로 사이가 좋아지기는 힘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는 게 보이니까, 네가 많이 흔들리는 거 같아. 사실 커리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네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하는 일 이기도 한데, 이렇게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를 힘들어할지는 몰랐지.
1학년 막내는 1학년이라 신경 쓰이고, 고학년이 첫째는 또 고학년이라 신경 써야 할게 많다는 생각. 그리고 주변에 워낙 열심히 육아를 하는 문화이다 보니까 비교되기도 하고. 아이가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도 왠지 네가 중간에 학교를 옮겼고, 그리고 덜 신경 써준 것 같아서, 또 미안함. 그리고 죄책감. 이제까지 육아를 잘 해왔는지에 대한 고민,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거 같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돈을 벌고 있는데, 막상 커리어 때문에 고민하느라 혼자 머리 싸매느라 아이한테 엄마 걱정 있냐는 얘기를 듣는다는 게 맞는 건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우리, 우선은 아이들을 믿어주자. 아이들을 믿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그러고 나서 육아휴직이든, 이직이든, 아니면 정말 잠시 일을 쉬든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 그래 첫째는 사춘기 일 수도 있고 그리고 둘째는 엄마들이 다들 신경 쓰는 1학년이지. 알아, 하지만 우선은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는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실제로 잘 안됬었잖아), 그리고 아이들을 힘껏 믿어주고, 대화를 많이 해보자. 이제까지 우리 힘들었었어도 잘 지내왔고, 요새 남편이랑도 서로 노력하고 있잖아.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가슴을 펴고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건 어떨까? 너의 성격상, 아직까지도 지나치게 눈치 보고, 미안해하고 그러고 있잖아. 우리, 그러지 말자. 그냥 100살까지 살 너를 위해서라도 그러지 말자. 100살까지 그러고 살면 너무나 괴롭잖아. 스스로를 다그치지 보다는, 잘했다고 해주고, 너의 편 해주고. 그러자. 이제까지 잘 해왔어.
그러니까, 아직도 마음이 찡해서 속상해서 눈물이 나지만, 우리 한 번만 더 힘내보고, 그러고 나서 결정하자. 연말에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러니까 지금은 그만 속상하고, 한 번만 스스로에게 웃어줘. 알았지?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