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찌질한 워킹맘, CFA 2차 시작하기

그래 이게 나인걸

by 워킹맘의 성장일기

다시 생각해 보아도 매우 부끄러운 글을 쓰고 거진 3주 넘게 지난 지금, 나는 조금씩 못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래, 바로 전 글을 쓰고 나서 스스로 참으로 못 낫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부끄러워서 브런치에 들어올 수도 없었다 – 여전히 참으로 찌질하다. 하지만 이 시점의 나의 모습도 나이기에,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발전해 나가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찌질한 나이기에 노력을 해서 찌질한 마음을 커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나를 위해서 올해 5월에 있을 CFA 2차 시험을 공부하고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이라는 얘기도 누구에게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지원하고 싶은 많은 공고들에서 'CFA preferred'를 보았기에,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는 나를 발견하고, 그런 모습에서 위안을 가지게 되었다. 기차 안이나, 이동하는 와중에 CFA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은 생기게 되었다. 아마도 지금은 Equity Valuation이나 Corporate Issuer과 같은 나에게는 익숙한 과목들을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재미있게 듣고 있다. 또한, 이런 과정들을 제대로 짚지 않고 애널리스트를 했던 내 모습에서 반성이 되기도 하고 있다.


CFA 2차를 공부하면서 더 긍정적인 요소는 뭔가 할 일이 생기면서 한 달 넘게 웹툰을 안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새 30대 초중반의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데, 정말 업계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공부에 소홀히 하고 웹툰이나 웹소설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 내가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인데, 쓸데없이 돈을 많이 쓰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거의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40대가 넘어가면서 커리어나 금전적인 면에서 안정되는 시기라고도 들었는데 글쎄, 우리 세대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끊임없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의 발전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에 볼 이 시험에 대해서도 아직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서 아 잘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과목 하나하나를 도장 깨기 하면서 즐겁게 듣고 있다. 설 연휴에 오히려 가족들을 챙기느라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하나씩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고, 도서관이 연 이번 주 월요일까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나는 공부를 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실에 데려다 놓았다.


요새 자존심이 상하는 일들이 많이 있기는 했다. 저번의 쓴 글이나, 시댁의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한 무시로 인해서 속상한 나날들이었다. 글쎄,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는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하나씩 하나씩 일어서고자 한다. 그 시작이 CFA 2차 시험이 된 느낌이고, 좋은 결과가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자 한다. 파이팅이라는 말은 이제는 진부하지만, 나는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포기가 안된다. 그래서 계속 가볼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찌질한 나도 있고, 멋진 나도 있겠지만, 받아들이고 뚜벅뚜벅 나아가보고자 한다.

keyword
이전 15화월급이 반토막 난 내게 그들이 던지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