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문 닫는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회사가 쇠락해지고, 급기야는 문 닫는 걸 보면서 나는 '리더십'과 '조직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리더십'이나 '조직관리'는 대학교 다닐 때 배운 게 다였고 심지어 내가 가장 많이 졸던 수업들이었다. 수업 중간에 지각하거나 자꾸 중간에 드나들던 학생들에게 나중에 회사 다닐 때 회의에서는 어떻게 할 거냐면서 엄격하게 꾸짖으셨던 교수님의 얼굴만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군대에 대한 책들을 읽다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기 시작한 책들은 군대와 2차 세계대전에 관련한 책들이었다. 전쟁사를 좋아하기도 했고, 리더가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면 회사야 그냥 실적이 안 좋아지지만, 전쟁은 군인들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는 관리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주로 아이젠하워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조지 마셜 장군 같이 인물 위주의 책들을 읽었는데, 퓰리쳐 상을 두 번 수상한, Thomas Rick이라는 미국 국방분야의 저널리스트가 쓴 'THE GENERAL' (장군들)이라는 책에서 정말로 마음에 와닿은 글을 발견했다. 영어원본과 Chat GPT의 도움을 받은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It is the duty of the executive to remove ruthlessly anyone - and especially any manager - who consistently fails to perform with high distinction. To let such a many stay on corrupts the others. It is grossly unfair to the whole organization. It is grossly unfair to his subordinates who are deprived by their superior's inadequacy of opportunities for achievement and recognition. Above all, it is senseless cruelty to the man himself. He knows that he is inadequate whether he admits it to himself or not."
"고위 경영진의 가장 큰 의무는 퍼포먼스가 지속적으로 저조한 매니저들을 거침없이 정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계속 머물게 두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이는 전체 조직에 극도로 불공평한 일이다. 특히나 그의 부하들에게는 상급자의 부족함으로 인해 성취와 인정의 기회가 제한되므로 매우 불공평하다. 무엇보다도, 이는 그 자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인데, 그가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든 그렇지 않던지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이 코멘트를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책에서 묘사한 조지 마셜 장군의,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은 단순히 퍼포먼스가 낮은 인력들을 정리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효율적인 재배치로 까지 이어진다. 또한 군대의 구성원들이 그러한 재배치에 대해서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내부적으로도 높았다고 한다. 상사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부하들이 그러한 상사의 결정을 존중하고, 부하들이 재배치가 되어도 퍼포먼스에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더 좋아지고, 마치 인체의 피가 막힘없이 흐르듯이 조직이 굴러갔다는 이야기이다.
회사에서는 보통 사람을 내보내면 새로 뽑는 것에 리스크를 느껴서 고인 물들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이렇게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는 게 놀라웠다. 저자에 의하면 1940년대의 미군 조직은 그렇게 잘 굴러갔으나 1950년대부터는 그러한 문화가 흐려졌으며 그 부분이 6.25 전쟁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은 결정들로 나타났다고 한다.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책인데, 챕터 2가 THE KOREAN WAR이다. 미국인 기자 관점에서 쓴 6.25 전쟁은 꽤나 흥미로워서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읽을 만하다.
회사가 파산을 해서 개점휴업을 하면서 생긴 시간들을 어딘가에 쓰고 싶어서, 그리고 갑자기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조직관리에 대해서, 전쟁사에 대해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그리고 조지 마셜 장군의 시스템처럼 돌아가는 조직을 나는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너무 오래된 고인 물들에 대한 조치는 회사가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경영진들이 일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제는 적어도 문을 닫는 회사에 가고 싶지는 않다. 회사가 파산한다는 게, 그리고 아무 역할 없이 처분을 기다린다는 것이 꽤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면접을 볼 때 그 회사의 재무제표와 경영진을 본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 산업에서 부동의 상위권 인지도 보기도 한다. 다시 증권사에 간다면, 다른 부서의 실적이 마진이 낮은 증권부서의 실적을 충분히 서포트할 수 있는지도 본다. 물론 골라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래도 파산하는 회사에 있는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가 않다.
PS. 조직관리에 관한 책 추전해주실 분 댓글이나 메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