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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Oct 24. 2023

망상 vs 상상; 웹툰/웹소설 끊기   

디지털 콘텐츠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다양한 자기 계발 콘텐츠를 보면 상상을 하라고 한다. 본인이 원하는 바를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라고. 나는 여기서 하나 신경 써야 할 것은 망상과 상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았을 때 망상은 남의 도움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상상은 내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이 나이가 먹도록 수많은 망상을 했다. 망상을 하고, 막상 거기에서 깨고 나면 어이가 없곤 했다. 내가 왜 이런 망상에 빠져 있었지? 너무 황당하다. 투자를 할 때도 망상을 하고 투자를 하면 다 마이너스이다. 그렇데 생각을 하고 하면 플러스이다.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망상에 기반한 관계 - 예를 들면 나를 이런 식으로 도와줄 거야 (나의 역할은 없다) - 는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이 망상들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김주환 교수님 강연에서, 웹툰 웹소설 혹은 본인의 belief system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조심하라는 말씀을 듣고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나는 웹툰 웹소설의 오랜 팬이'었'다. 아마도 첫째 아이를 낳고 피곤하기는 한데 잠은 안 오고, 뭔가 심심풀이할 것이 없을까 해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내가 과거에 보았던 일본 만화책들이 올라와 있고, 그림들이 이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가 자극적이고, 그리고 내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스토리들에 (당연히 볼 수 없지...) 점점 끌리게 되어서 엄청난 팬이 되었다. 웹툰/웹소설을 열심히 볼 때 나의 시간의 중심은, 네이버 웹소설이 올라오는 오전 10시 반과, 다음과 네이버 웹툰이 올라오는 밤 11시로 맞춰지게 되었다. 


나는 로판 (로맨스 판타지)의 팬이었다. 물론 다양한 생활 웹툰도 많이 보았는데, 대부분은 로판을 보았고, 로맨스 연애물도 보았고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그렇데 아는가... 연애물을 많이 보는 나이대가 30대 40대 기혼여성이라는 사실을...) 그 외에는 최근에 유행했던 빙의물 육아물도 보았다. 하여튼 정말 많이 보았다. 


로판의 경우 여주인공이 대부분은 수동적이며 (대부분은 알려지지 않은 고귀한 핏줄, 왕녀 등등이다), 너무나 잘생기고 멋진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어서 해피엔딩이 되는 결말이다. 그런 흐름이 최근에 와서는 멋진 언니 캐릭터로 바뀌기는 했는데, 그녀를 언제나 너무나 사랑해 주고, 그리고 본인의 희생을 마다하며 도와주는 남자주인공은 언제나 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언제나 많은 남자주인공들의 사랑을 받는다. 물론 현실적인 육아물이나 대학원물등도 있긴 했지만 아직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점점 결제를 요구하게 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콘텐츠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솔직히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그렇지 않아도 상상을 많이 하는 내가, 이러한 콘텐츠에 기반한 망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 11시에 웹툰이 올라오면 보고 자느라 늦게 자는 건 덤이고 말이다. 그리고 현실세계에 웹툰 같은 남자주인공은 없고, 여자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주인공처럼 일이 풀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리고 웹툰 같은 남편은 더더욱 없다. 


어느 순간부터 콘텐츠를 뭘 볼까라고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넷플릭스를 지웠는데, 이 웹툰/웹소설은 그만 보기가 힘들었다. 하루에 15분만 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15분을 보다 보면 결제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안 보기를 웬일로 편하게 하고 있다. 아마 내가 원하는 바가 정확히 생겨서 일 것이고, 이제는 정말 그만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아직도 어떤 자극적인 그림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이들에게 영상을 많이 보여주지 않는 이유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집중력을 흐린다는 거였는데 어른도 똑같다. 밤에 웹툰을 보고 자는 것과, 릴랙스 하면서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자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정말이다. 그러고 나서 밤에 현저히 잘 자고 있다.  


이제는 망상에 밥을 먹여주는 일은 정말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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