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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Nov 04. 2023

가화만사성; 폭풍 같은 한 주    

부모로서 나는 어떤가 

이번주는 정말 폭풍 같았다. 도서관에 가지도 않았고, 골프 연습도 안 했고 운동도 안 했다. 대학원을 고민하면서 신청해 놓았던 토플을 볼 때도,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당연히 점수는 잘 안 나왔다.


첫째 아이가 다니는 기관에서 이슈가 있었다. 요새 학교와 학부모의 이슈가 워낙 많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와 남편은 학교에 가지도 못했고, 선생님이랑 전화도 되지도 않고, 영어로 된 이메일로 그 과정을 겪었다. 영어 라이팅을 정말 잘하는 남편이 아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몇 개월 보내본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곳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그리고 우리는 상처를 받았다. 저학년 때 그냥 영어를 위해서 비인가 국제학교를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비인가'의 '비인가', 그 말인즉슨 교육청의 시스템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본인들의 시스템이 정말로 잘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그래, 교육청에 속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이 탄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보낼 거면 처음부터 보내야 한다. 기존의 학교를 잘 다니고 있었다면 아이의 안정을 위해 안 바꿔도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와도 통화를 하고 많은 선배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적으로 느낀 것은, 우리 아이를 우리 부모만큼 생각하는 곳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의 치어리더, 아이들의 이정표를 우리만큼 잘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부모의 역할을 잘 못했다는 후회가 정말로 너무나 많이 밀려왔다. 


우리 아이는 집 앞에 있던 초등학교를 좋아했다. 초등학교의 도서관도 좋아했고, 만들기 수업이 많은 것도 좋아했다. 방과 후도 잘 다녔다. 친구들도 좋아했다. 그런 아이를 내가 억지로 부모가 영어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서 부모가 불안해서 돈을 더 내가며 기관을 옮겼고 이런 일이 생겼다.  


언제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나의 불안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서 제대로 준비를 해서 착착 나가야지 했었던 나의 불안이, 나만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일을 만들었다.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아이가 유아 때 다녔던 기관들, 혼자만 불안해서 바꾸게 했던 기억들, 이 되살아나면서 너무 괴로웠다.


무엇보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데, 우리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남편의 말대로 우리는 직업이 identity인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회사가 갑자기 파산을 했고, 같은 금융권의 있는 남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남편은 오히려 우리가 해가 되는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남편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 제대로 이 상황에서 옮겨야 한다는 스트레스, 언제나 일을 잘해야 하는데 지금 직장의 존폐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과거에 나는 바빴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간을 다른 활동들로 채웠다. 그 활동들이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교육에 있어서 나는 초보이기도 했고, 그리고 잘하고 싶기도 했다. 투자에서처럼, 초보인데 잘하고 싶으면 잘 안 되는 것처럼 나도 그랬던 거 같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안정을 가지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만 9살인 첫째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주 내내 너무 속상하고, 힘들었다. 모두가 내 잘못인 것 같아서 도저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신청해 두었던 수업들도 듣기가 힘들었고 책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침마다 가던 골프연습도 안 갔다. 중간에 면접을 보았는데 오히려 강제성 있게 집중하게 만들어주니 차라리 나았다. 


그나마 계속하던 아침루틴을 하고 있고,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에는 겨우 책을 다시 읽었다. 다른 선배맘들은 괜찮다고, 아직 만 9살이고 엄마가 아이의 편이 되어주면서 잘 이겨나가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엄마를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아이도 같이 단단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생각의 꼬리가 싹둑 끊어지지가 않는다. 나는 나만 생각했고, 나의 성장만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아이를 놓친 것 같아서 너무나 속상하다. 그랬지만 이제는 괜찮다라고 쓰고 싶은데, 아직은 그럴 준비가 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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