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의 성장일기 Nov 06. 2023

저번주 복기; 가족, 깨진 루틴 그리고 인터뷰

다시 시작 

폭풍 같았던 한 주를 주말도 아주 폭풍같이 마무리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이제야 신경 써서 보기 시작한 첫째 아이의 숙제는 의외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덜렁대는 아이는 일요일 저녁 10시에 또 다른 숙제를 발견해서 우리는 밤늦게 잤다.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만 틀려도 선생님이 점수 grade를 바로바로 낮추는데, 상당히 애매모호한 문제들이 있어서 늦은 밤에 나랑 남편은 배터리와 화석연료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배터리를 섹터로서 커버했던 내가 보기에 문제 하나는 굉장히 애매모호했는데, 글쎄, 저번 경험으로 보았을 때 매우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던 학교가 이 이슈를 제기한다고 해서 허심탄회하게 바꿔보겠습니다 -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고 우선 아이와 같이 풀어나갔다. 왜 센터장님이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숙제를 회사에서 보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정말 모르겠다. AI고 뭐고 난리 치는 이 상황인데, 내가 봤을 때는 비인가 국제학교의 커리큘럼의 스타일은 대치동 학원 같고, 그걸 네가 몰랐다니 라는 반응이면 내가 바보지만, 어쨌든 창의력을 중요시합니다 - 와는 아주 달라 보였다.  


어쨌든 11월 첫째 주는 아주 화려하게 막 나갔다. 들어야 할 회계 강의들도 쌓여있고, 운동도 한 번도 안 했고 내가 8월 말부터 정말 꾸준하게 나갔던 골프연습장도 아마 화요일부터는 안 나간 거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웹툰을 다시 보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와 남편의 기분은 토요일에 바닥을 치고 일요일에 조금씩 나아졌다. 남편은 훈육의 방식을 좀 바꾸었고, 그 방식은 아이에게 나은 방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솔직히 사무적인 대화만 하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화라는 것을 많이 하게 되었다. 10년 차 부부 중에서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도 많이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남편의 대화스타일 - 모든 대화를 회사에서처럼 하는 - 에 나는 기분이 안 좋았고, 싸웠고, 그래서 필요한 대화 이외에는 잘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정신은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남편은 그걸 별로 안 좋아했다. 그래서 그냥 사무적인 대화를 하면서 살았는데, 이번의 경우는 둘이 같이 하지 해야지 아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보니, 같이 많은 것을 하고 대화를 하게 되었다. 우리의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한 발걸음 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번주에는 정말 오랜만에 면접을 보았다.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RA를 한 5개월인가 하고 (그곳은 정말 가정적인 곳이었지만, 인턴 막바지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 - 생각해 보니 거기도 유럽계이다), 그리고 같은 업계로 취직을 한 나는 대기업 면접을 본 적이 없어서 이 과정들이 새로웠다. 사실 아직 퇴사일이 정해지지 않았고, 내가 재무 쪽으로 더 포커스 할지, 리서치를 할지, 아니면 자본시장에 남아 있을지 등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는 분이 감사하게도 추천을 해주시면서 우선 면접이라는 걸 보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진행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맡은 인사부 직원분은 매우 친절했고, 2차 면접을 보는 날 나에게 이야기해 주셨다. 우선 '솔직하게 말하면'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과, 자신감 있게 말하라는 조언이었다. 아, 나는 15년째 일을 했는데 아직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구나 - 왜 그럴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조언을 듣는 게 고마웠다. 생각해 보면 면접을 보면서 자신을 알아갔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오는 기회들은 다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아이가 늦은 시간에 숙제를 발견했지만, 그동안 서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서 그런지, 남편과 나와 아이는 괜찮았다. 아이는 늦게 발견한 본인에 대해서 지나치게 속상해하지도 않았고, 열심히 스스로 하고 싶어 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힘들었겠지만 나름 의연하게 잘 갔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토요일 같은 경우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선배가 말했다. 이 상황은 변한다고, 그리고 아이들은 어떠한 구간이 있으며, 아이들은 강하고 또 발전한다고. 그리고 상황은 어떻게든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좀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아이가 자고 나서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 보상심리인지, 과거에 보다만 웹소설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로판이었다. 그래도 글을 꽤 잘 쓰는 웹소설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보다 보면 시간이 정말 너무 말도 안 되게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4시에 잤고,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7시에 일어났다. 습관이란 참 이런 것이다. 글쎄 보는 것 만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내 머릿속이 그 웹소설로 채워진걸 별로다. 왜냐면 그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다시 1일 현실살기를 하고 싶다. 그깟 웹소설 그냥 보면 되지, 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하루에 15분만 볼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 시간이 휙 하고 지나가 버린다. 시간일기를 한동안 열심히 썼었는데 그때 내가 정말 웹소설/웹툰이 시간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내가 보고 싶은 다른 더 좋은 책들이 더 많이 있다. 


노력이라는 게 회사를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하게 되었는데, 이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이렇게 힘이 드는 건가 싶다. 정말 프리랜서와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와 같이 35년 넘게 개업의로 일하시다 은퇴한 아버지도 다시금 존경스러웠다. 아버지는 지금도 일본어 학원/당구장/수영장을 규칙적으로 다니신다. 딸내미는 일주일 단위로 하는 일이 막 바뀐다. 나라는 사람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어서 그런지, 회사가 없으니 솔직히 적응이 전혀 안 된다. 회사 다니기 싫어! 했던 사람이 더더욱 아니라서 영향이 더 있나 보다. 그래도 이번주부터 또다시 시작이다. 8월 14일부터 10월 초까지 시간일기를 열심히 썼었는데 다시 써보고자 한다.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가화만사성; 폭풍 같은 한 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