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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Nov 22. 2023

마흔에 토플 시험 치기, 그리고 대학원

101점을 넘자! 

나는 공부에 대한 미련이 언제나 있었다. 나의 학사 졸업장이 부끄럽다기보다는, 대학교 때 정말 공부를 열심히 안 했었던 게 후회되기도 했고, 업계 생활을 하면서 진지하게 공부해서 몰입할 기회가 한번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무언가 지식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잡 서치를 하면서 대학원도 알아보고 있었고, EMBA든 뭐든 - 그러니까 경력이 많은 상태에서 지원을 해도 - 토플 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고 있는 학교들은 100점이 대부분 커트라인이었고, 나이 마흔에 (아직 만으로는 39이라고 구지구지 쓴다) 11월 1일에 처음으로 본 토플에서 101점이 나왔다. 


그런데 그날은 아이의 학교 생활 이슈로 아침부터 남편이랑 싸운 날이었다. 리딩을 읽는데, 학교에서 온 이메일이 앞에서 아른거렸고, 집중하는 게 힘들어서 문제를 다 풀지 못했는데 리딩이 넘어갔다. 마찬가지로 리스닝에서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뭔가 그래서 아쉬웠다. 그래서 그냥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11월 22일 오늘 다시 한번 토플을 보았다. 시험을 보고 나면 Listening과 Reading은 가채점 결과가 나오는데, Reading은 이번에는 만점인 30점이 나왔고 (이전에는 26점), Listening은 제일 처음에 나온 지문이 예상치 못했어서 당황하는 바람에 변함없이 25점이 나왔다. 둘 다 더 올리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래도 Reading이 만점에 나온 것에 위안을 삼았다 (처음 Listening 지문에서 교수와 학생의 사진이 있어서 나는 Conversation topic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Lecture topic이었고 내용도 엄청나게 생소했다). 


토플로 학원이나 온라인 수업을 듣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ETS에서 나온 모의고사를 11세트 정도 풀었다. 11월 1일 전에 5세트를 풀었고, 11월 22일 전에는 6세트 정도 풀었다. 토플을 풀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었는데 정리해보고자 한다. 


*기본지식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것. 동물부터 시작해서 (마멋인지 뭔지... 오소리인지 뭔지 들으면서 황당했다), 곤충, 미술, 지질학, 역사, 문학 기타 등등 다양하게 평소에 접하지 않은 지식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들이다...). 배경지식을 정리해 놓은 유튜브도 있고 책도 있는데,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참 재미있다. 시원스쿨에서 나온 '신비한 토플 배경지식'이라는 콘텐츠를 꽤 재미있게 보았다. 

*확실히 고급 어휘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한다 하더라도, 쓰는 용어는 업계에 따라서 한계가 있다. 또한 회사에서는 많은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얼마나 논리적으로 말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가가 일하는 데는 더 중요하다. 동료 중에서는 본인이 쓴 리포트를 통과시킬지 결정하는 커미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목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기회들을 통해서 새로운 어휘들을 배우니 예전에 학생 때 공부하던 생각도 나서 즐거웠다. 

*Writing이나 Speaking에서 정말 본인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편하다. 처음에 나는 본인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 질문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나?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의 색깔이 확실하고 그 부분을 예시를 들어서 뒷받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 부분은 문화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맞든 틀리든 우선 자신감 있게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나의 의견이 맞는지 아닌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봤을 때는 답이 문제시될 만한 질문도 없다).  


모의고사 풀고 다시 검토하는 것도 꽤 시간이 많이 들었다. 주말에는 육아를 해야 해서 할 수 없었고, 주중에만 할 수 있었다. 아주 만족할 만한 점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한 나에게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한 열흘 후에 나올 점수가 적어도 101점을 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관련해서,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반응은 두 개다. 대부분은 이 나이에, 이 경력에 (15년) 대학원은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돈을 쓰레기통에 넣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대학원을 나온 사람 둘과 내가 아는 업계 선배는 한번 꼭 가보라고 우선 시도라고 해보라고 한다. 각각의 디테일한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이런 사람이라면,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의 남편이 계속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고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에 보니 늦깎이 아이 엄마 유학생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원을 경험하신 분들이 있다. 브런치는 참 좋은 공간이다 싶다. 나는 카카오 그룹이 만든 서비스 중에서 브런치가 제일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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