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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Nov 30. 2023

스트레스는 도서관에서 풀어야지

카페대신 도서관

참고로 지금도 집 근처 도서관에 앉아 있다. 시끄럽지도 않다. 주변에서 다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도 같이 하게 된다. 커피를 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식물은 안된다). 그리고 평일에도 (화요일을 제외하고) 밤 10시까지 한다 (스타벅스보다 오래 한다!!). 왜 이 집 근처 스타벅스는 바글바글한데 도서관은 한산한지 모르겠다.


이번주에는 꽤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는 다 밖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다. 회사의 마무리가 언제 될 것인가에 대해서 나오는 루머들, 내가 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거절을 하기 힘들어하고 질질 끄는 나의 성격에 대한 자괴감, 그 스트레스로 다시 엄청난 양의 웹툰 결제를 하고 난 후의 또 다른 자괴감, 다른 사람을 보고 비교하는 나 자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이직 등등.


그러니까 이 모든 스트레스는 밖에서 온다. 그런데 밖에서 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밖에서 풀면 내 경험상 스트레스는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로 그냥 남아있다.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다. 심지어 부모님도, 남편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리고 그런 기대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가 나를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같은 상황의 동료와 이야기를 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상황이라는 것은 수시로 변한다. 또한 이야기를 하며, 그 스트레스받는 이야기를 또 하는 셈이니 증폭만 된다. 술로는 풀어본 적은 없지만 술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 좋아한다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다.


김주환 교수님이 명상과 운동을 말씀하셨듯이, 정말 그게 가장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의 여파로 인해서 기분이 소위 말해서 더러웠다. 그래서 도망치듯이 골프 연습장에 왔다. 내 머리 올리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골프연습장이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새로운 걸 배우고 결정적으로 어찌어찌 몸을 움직인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몸을 새롭게 움직이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게 된다.


그리고 밖의 스트레스들과는 상관이 없는 나의 목표들을 적어본다. 하와이 대저택이라는 유튜버님의 영상에서 보면 - 그분이 쓰신 책도 읽었다 - 쓰는 것을 강조하는데, 나는 쓰면서 꽤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는 것을 느꼈다. 그분 말씀대로 우리들의 추는 밖으로 너무 많이 나가 돈다. 하지만 나의 목표들을 적으면서, 혹은 나의 경우는 내가 맘에 드는 원서를 10분만이라도 적어보면 나를 괴롭혔던 스트레스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목표들을 적어볼 때마다 바뀌는 부분도 발견하고 다시금 곱씹어 보면서 나의 목표들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집에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두꺼운 책이 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목차로 하루하루 읽어보라고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좋은 글귀라든지 짧은 이야기를 엮어서 쓴 책 같은데, 하루하루 읽지는 않고 나는 왠지 가장 힘들 때 그 책을 열게 된다. 하도 두꺼워서 그냥 무작위로 페이지를 펼치면 주옥같은 글들이 있다. 이번에 읽은 내용을 '미망'에 빠지지 말고 현실을 살라는 내용이었다. '생각'이랑 '미망'은 다르며, '미망'에 빠지는 게 제일 최악이라고 했다. '미망'이 뭔가 찾아보니 - 사리에 어두워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맴 -이라고 되어 있다. '망상', '미망'에 다시 빠져서 힘들었던 나를 어찌 알고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이 페이지를 열게 했을까 - 나도 안다 황당한 거 -라고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요새 추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그리고 '스마트폰 중독방지' 앱으로 시간을 설정해서 휴대폰을 잠가 놓는다. 그러면 마음이 훨씬 고요하다. 그리고 몇 시간 잠가 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디지털 교재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오고 있다는 유럽 교육에 관한 글을 읽었다. 나는 그게 100번 맞다고 생각한다. 고명환 작가님이, 온라인 강의는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꼭 책을 보라고 했는데 정말 백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뇌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나의 정신은 휴대폰이 없을 때 안정적이며, 나 말고도 많은 샘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스트레스는 도서관에서 풀어야겠다. 오늘도 스트레스를 도서관에서 풀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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