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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Nov 30. 2023

자기반성

내가 '안'했던 것들에 대해서 

사업을 해야겠다. 정말로 회사를 이제 당장 만들어야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 이름을 떼고도 사람들이 나를 찾을 수 있는, 나만의 셀링 포인트를 만들어야지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회사 이름에 기대어 나만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소홀히 했던 나의 반성이다. 


회사이름을 떼고 나니 나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증권사 리서치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일하게 있었던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정말 편하게 회사를 다녔구나. 부연 설명을 하자면, 외국계 주식 리서치는 팔면서 크게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리포트를 쓰는 그 순간 회사 포탈에 올라가고, 그 리포트가 별로든 아니든 세일즈가 뿌려준다. 물론 나도 뿌린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하지만 한국 혹은 내 담당 섹터를 보는 투자자 리스트는 이미 정해져 있어서 comfort zone에서 벗어날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은 일을 많이 한다. 리서치가 비용 부서 이기 때문에, 숫자를 점점 줄이고 있고, 그에 따라서 개개인이 커버해야 하는 주식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우상향으로 성장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뉴스에 따른 주가 변동성도 크다. 코멘트해야 할 것도 많다. 많은 회사들이 성장성이 없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신사업도 많이 추진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하는 것도 많다. 또한 주가가 심하게 움직이면 마음고생도 많이 한다. 영업부서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투자자들과 언성을 높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냥 다 지나간다. 결정적으로 그로 인해서 월급이 깎이지는 않는다. 


내가 보았을 때 리서치의 가장 큰 이슈는 기관들이 운영하는 액티브 투자 시장의 감소이다. 나라별 편차가 당연히 있는데, 한국은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우선시되는 시장은 아니다. 그 말은 고객수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번처럼 공매도를 못하게 법으로 막아두면 헤지펀드들은 한국시장에 많이 투자할 수가 없다. 그러면 고객수는 더 감소한다. 자, 전체적인 시장은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객수는 감소한다. 증권사 리포트처럼 얘기해 보자면 'Sell'인 업종이고, 나는 'Sell'인 업종에서 그런 상황을 외면하고 내가 이 업종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자기 관리를 소홀히 했다. 


 내가 속한 산업이 성장하지 않고, 내가 다니는 회사가 힘들다면, 한 번쯤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고 변화하려고 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외면했다. 편해서, 익숙해서 외면했다. 그래 노력을 했지만, 정말 사력을 다해서 하지 않았다.    


이제야, 회사에 모든 것을 걸지 말라는 말을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이제 무언가 이해된다. 나는 '일이 있으면'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것과 같이 '나만의 색깔'을 정말로 선명하게 만들 노력을 안 했다. 글쎄 쓴다고 해놓고 시작도 제대로 안 한 웹소설 쓰기일 수도 있고, 운동일수도 있고, 재테크를 더 열심히 했어야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시키지 않은 리서치를 창조할 extra 노력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냥 내가 안 했다. 물론 일은 열심히 했다. 지난 오 년간의 고과 기록과 최근의 승진기록에 써져 있는 디테일을 보면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있는 자리에서의 열심히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실제로 딜을 따와서 돈을 벌어들였던 부서에서의 이직현황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는 아직 일하고 싶다. 누구는 'pivot'하지에는 늦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느낀다. 어떤 방식으로든 'pivot'를 해야 함을. 그리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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