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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Feb 06. 2024

원서 쓰기 ing; 나는 나를 부정적으로 쓰고 있었다

너 참 노력 많이 했구나  

대학원 원서가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필요한 점수들은 작년 말에 받아 두었고, 1월에 나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에세이들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 간다. 정말 좀 황당했던 건, 8개의 다른 주제의 글에는 각각 character와 word에 제한이 있는데, 내가 word를 character로 헷갈려서 말도 안 되게 짧게 쓴 에세이도 있고, character를 word로 헷갈려서 길게 쓴 글도 있었다. 미국 대학의 입학처에 잠시 근무했던 지인의 조언을 받아가며 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서로 그 사실을 깨닫고 너무 다행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사실 쉽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로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정형화된 글을 쓰는 것과, 나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아주 달랐다. 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뭐니?라는 질문이라니.. 나는 그 질문에만 한 2주를 소비한 것 같다. 


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지인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너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선,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그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지 나 스스로 그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IPO를 한 애널리스트가 된 것도, 내가 재직한 회사가 잘해서 그 딜을 내가 하게 된 거지, 나 스스로를 잘한다고 혹은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수동적인 마인드는 글에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내가 엄청나게 자기비판적이라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나 스스로 영어로 나의 생각을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가 시키는 걸 잘하는 사람이지, 혹은 보스를 잘 만나서 일을 잘하게 된 케이스이지, 스스로 적극적으로 뭔가 성취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적고 있었다. 나의 지인은 이 말들은 너의 레쥬메와 너무 상반된다고 말했다. 그럼 네가 이룬 객관적인 성취들에서 스스로 한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기비판적이며, 그 마인드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어쩌다 보니 15년 넘게 그렇게 직장생활 또한 가정생활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워킹맘으로서 집에서 요리도 잘 못하고, 아이들을 엄청나게 세심하게 챙기지도 못했다고. 그렇다고 회사에 모든 것을 투자하기에는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은 이 상황에서 나는 어디에서나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훌륭한 애널리스트라는 생각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큰 기관에서 보트를 받았을 때도, 아 그 당시에 운이 좋아서 (그 섹터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없어서 혹은 그 섹터 자체가 갑자기 성장해서), 혹은 세일즈가 잘해줘서, 혹은 보스가 나를 많이 도와줘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레쥬메를 업데이트하고 본인에 대해 쓰면서,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언제나 비판적인 나를 묵묵히 바라보며 꾸준히 살아간 또 다른 나에게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워킹맘들이 상황상, 어디에서나 부족하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살기도 하고, 나의 경우는 거기에다가 과거의 왕따 경험으로 인해서 남의 눈치를 보는 성향을 가지게 된 것도 지금의 나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나를 이렇게 돌아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참으로 떠나고 싶다. 요새 남는 시간에 여행서적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이 체계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부딪혀 보고 싶다. 작년 4분기부터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용감해졌었다. 지인에게 부탁을 하고, 생판 연락을 하지 않았던 선배에게 전화를 하고, 물어보았다.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1년짜리 석사 과정을 미국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 가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졸업한 선배들은 정말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얘기해 주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나는 정말로 가고 싶다. 영어로 더 깊게 공부하고 싶고, 새로운 환경에서 - 이제까지 자기비판을 해던 나에게서 벗어나 - 나에게 리부트를 해주고 싶다. Application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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