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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Feb 29. 2024

갈대처럼 휘청이기는 이제 그만하자

지난 이주는 어땠더라 

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찬찬히 살펴보니 2월 16일에 가고 싶었던 학교의 원서를 쓰고 아이들의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면서 (둘째가 학교에 가기에 스케줄에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다) 나 스스로를 좀 놨던 것 같다. 그동안의 일을 정리를 해보면, 


*회사의 합병 후 정리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진전이 있기는 하다. 아마 상반기 중으로는 끝나지 않을까 싶다. 말이 좋아 정리하는 과정이지, 그냥 해고를 당하는 과정이다. 외국계 금융회사이기에 여러 가지 규제적인 측면들이 고려돼야 해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뿐이다.  

*나는 4개의 미국 대학원에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하나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의 서류 전형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다. 하나는 지금 서류를 넣고 있는 중이고, 다른 하나는 지원이 가능한지 학부과정의 성적표를 제출해 두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대학원을 쓰면서 하는 생각은 학부 때 공부를 열심히 할걸이라는 생각이었다. 

*대학원을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인터뷰를 안 볼 수는 없다. 하지만 16년 넘게 한 일을 뒤로하고 어떤 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헷갈리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열심히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들이 '내'가 아닌 이상 많은 대화들이 공허할 뿐이다. 남의 말에 갈대처럼 흔들리니 중심을 잡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다. 


첫째, 우선 인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나는 직업상, 어제 이 뉴스가 뜨면 오늘 주가에 미치는 영향, 한 주 후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생각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뉴스가 정보를 소화하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고 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보니, 신청은 작년 9월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올해 초까지 Round 2 혹은 Round 3을 받는다. 그리고 학기의 시작은 올해 7월이다. CFA 2차 시험을 보려고 해도, 신청 후에 짧아도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후에 시험을 보고, 그 이후에 2달 정도를 기다려야지 결과가 나온다. 그러니까 대부분은 마라톤이다. 내가 만약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고, 자신감이 있다면 이러한 긴 호흡의 작업들을 안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장기적인 그림들, 기다림의 시간들이 나에게는 불안하게 다가오기만 했다. 내 앞의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집중을 하고 나아가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완전하게 집중 못하고 여기저기 신경 쓰면서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들이 보인다. 


둘째, 다른 사람은 절대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많은 선택지들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으니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연락을 한다. 혹은 이 상황 자체가 불안하여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를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우선 다들 너무 바쁘고, 그 사람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답을 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인생에 정해진 답이 없을 진대, 그것을 남에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아침마다 5분 일기를 쓰는데, 이틀 전에 인가는 오늘 할 일에 이렇게 썼다.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지 말기. 


셋째, 오랜만에 고전을 읽었다. 솔제니친의 '암병동'.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자기 계발 및 심리학 서적들은 이러한 고전들의 작은 부분들을 추출해서 나온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 예전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전을 많이 읽으라고 했는지 이제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암병동'을 읽은 이후로 신문외에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했던 워런 버핏 자서전을 우선 마저 읽어보려고 한다. 원서이고, 과거 애널리스트였던 저자가 엄청나게 고급진 언어들을 많이 써서 읽기가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우선순위에 두고 읽어보려고 한다.  


나는 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남의 말보다, 나의 말과 그리고 책 속의 말들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3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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