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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Mar 15. 2024

지옥 같은 머릿속

No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나에게

안녕 지금은 새벽 3시네, 어제도 새벽 6시에 있었던 대학원 인터뷰 때문에 3시에 일어났잖아. 그런데 잠을 자고 있구나. 한의원에서 처방받았던 약도 딱히 소용이 없네.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두 달에 한 번꼴로 감기에 걸리고 지금도 콜록콜록 대고 있는 정말 딱하다.  


너 참 딱하다. 머릿속이 진짜 괴롭잖아. 내 머릿속은 지옥이라고 느끼고 있잖아. 근데 너 솔직히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니잖아. 


위로금을 둘러싼 갈등은 어느 정도 막바지(?)로 가고 있고, 네가 가고 싶어 했었던 대학원은 인터뷰를 잘 봤고 그리고 어떤 회사에서 오퍼도 받았잖아. 


하지만 넌 그걸 즐기지 못하고 있잖아. 우선 위로금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으니 그 부분이 혹시나 회사로 가게 되었을 때 시점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까봐 걱정되는 거고, 대학원을 가게 되면 가족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그것도 걱정이 되는 거고, 그리고 사실 그 회사는 좋은 기회일 수는 있지만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거잖아. 


무엇보다 마지막에 부분에 있어서, 지금 불안한 상황이 계속 오래된 너는 그 회사에 가게 되었을 때 아이들과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빨리 결정하라고 압박이 오니까 그냥 Yes라고 했잖아. 이번 한 번뿐만이 아니야. 가고 싶지 않은 회사에 인터뷰를 볼 때, 마음 편하게 연습한다고 생각하자라고 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 연습이 되기는 하지), 너는 혹시 되었을 때 어떻게 No를 하지라고 걱정을 하잖아. 지금도 그래, 너 아직 그 회사 안 갔어. 가기까지 두 달이나 남았는데, 그래서 그전에 No라고 해도 되는데 그걸 할 생각을 하니까 지금 미쳐버릴 거 같은 거잖아. 


회사가 파산을 발표하고 나서 작년 말부터 인터뷰를 보기 시작하면서 너의 걱정과 불안은 점점 도를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그 불안으로 인해서 아이들에게 엄마 피곤하니까 이해해 달라고 하고 있는 거잖아. 남들의 페이스에 말려서 No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남들한테는 당당하지 못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은 내 말을 당연히 듣는 약자니까 쉽게 대하고 있는 거잖아. 


제발 그만해. 제발, 남들 신경 좀 그만 써.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야. 그냥 No라고 해. 

  

그래 네가 No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거 알아. 우선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쉽지 않아.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 기회 저 기회 다 잡고 보험을 들어놔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잖아. 그럴 수 있어. 그런데 그러면 worst case scenario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것도 그만해. 그냥 제발 과거를 잘라버리고 앞을 보면서 살 수는 없니? 


나는 알아 왜 네가 힘든지. 우선 너는 지금 너를 잘 몰라. 그래서 모든 오퍼에 Yes를 하고, 그리고 그중에서 나중에 No를 하려니까 - No를 하기에 힘든 너로서는 - 너무너무 힘들겠지. 그리고 너는 전형적으로 생각이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고, 이것들을 머릿속에서 두고 있으니 너의 머릿속은 지옥 같겠지. 또한 너는 너 스스로에게 기본적으로 비판적인데, 이런 상황들이 계속되니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비판적이 되어가고 있지. 매우 차라리 아무런 오퍼도 없었던 - 그때는 회사의 정리작업이 시작 전이었지만 - 작년 3분기에 너의 정신건강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너의 지옥같은 머릿속. 이제 그만할때 되었어. 너 사실 지금은, 회사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대학원 발표를 여유있게 기다리면서 쉬어도 되는 구간이야. 이렇게 계속 본인을 비판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우리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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