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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Mar 27. 2024

웹툰 끊기가 제일 많이 읽힌 글인 이유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으며 

거진 20년 만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고 있다. 예전에 내가 읽던 버전인 홍신문화사 (총 3권)가 아닌 민음사 (총 4권) 버전이 도서관에 있어서 읽고 있는데, 출판사와 출판 연도의 차이 때문인지 지금 읽는 버전에 내용이 더 많고 주석도 매우 자세하다 (검색해 보니 출판사의 차이가 정말 크다고 한다). 어제 3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나탸샤와 볼콘스키 공작이 다시 재회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 (3권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엄청 집중해서 다 읽어버렸다. 


'전쟁과 평화'는 내가 고2즈음에 완전히 빠졌던 책이다 (공부 안 하고 소설책만 읽어서 엄마한테 엄청 혼났다).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은 내 상상 속의 멋진 왕자님이었다. 지금 읽는 과정에서도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과 나타샤나 나오는 부분이 나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20년이 지나고 읽으니 다른 각도에서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전쟁에 관련해서 그리고 인생에 관련해서 책에 나와있는 통찰력 있는 문구들이 너무 많았다. 


*다른 파벌에 비해 최대 집단인 여덟 번째 파벌은 가장 본질적인 한 가지, 즉 자신을 위한 최대의 이익과 만족만들 바라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 그는 이미 자신의 전쟁경험을 통해 신중하게 세운 계획도 전투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는 확신, 모든 것은 대응에 달렸다는 확신을 끌어낼 수 있었다.  

*(안드레이 공작) 전투에서는 승리하겠다고 확고하게 결심한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우리는 전투에 패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너무 빨리했지. 그래서 진 거야. 그리고 어서 전장을 떠나고 싶어 했지. 

*(쿠투조프 장군) 의심이 들 때에는, 행동을 자제하게 

*(톨스토이 - 나폴레옹에 대하여) 그 작전의 명령과 지시가 예전보다 못하게 보이는 것은 보로지노 전투가 나폴레옹이 패배한 첫 전투였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인간의 망상은 대부분 연속적인 운동을 임의로 구분하여 불연속적인 단위로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피에르) 만약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 한계를 알지 못하고 자신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이 모든 생각들을 이을 뿐이지. 그래 연결해야 해.  

*(피에르) 사람들이 그토록 애써 마련하고 자키는 모든 것에 어떤 가치가 있다면 단지 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을 때의 쾌감 때문일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책 자체에 대해서도 감동을 느끼고 즐거웠지만, 책을 읽는 나의 행동이 20년 전과 더 비교가 되었다. 20년 전 책벌레였던 나는 이러한 책들을 읽고 집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들을 상상하고, 다시금 책에 빠져는 게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책을 읽기 위해서 Detox 앱을 깔고 핸드폰을 막아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카톡들을 확인하고 더 읽기 쉬운 웹툰을 무의식적으로 키거나 관련해서 딴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쇼츠나 넷플릭스는 보지 않는다 (OTT앱을 아예 지웠다). 이제 너무 틀이 박힌 내용들이 많아서 웹 소설을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위해서 Detox앱을 깔아놓아야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과거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보게 됨으로써 시간을 너무 의미 없이 쓴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웹 소설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웹툰도 정말 대작 몇 개 빼고는 마찬가지다. 그냥 어느 순간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 앱들을 켜지만, 결과적으로 그냥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그냥 쓰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다. 


브런치 통계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는 제일 첫 번째 글인 '출장을 왔는데 회사가 없어진다네'가 가장 많이 읽힌 글이었는데, 지금은 밑에 있는 '망상 vs 상상; 웹툰/웹소설 끊기'가 제일 많이 읽힌 글이 되었다. 


https://brunch.co.kr/@mylifegoeson/40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가 안 좋다는 것은 김주환교수님도 유튜브 강연에서 말씀하였다. 내 머릿속에 긍정적이지 않은 콘텐츠들, 웹툰이나 웹소설에 혹은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belief system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말라고 하셨다. 나에게 긍정적인 상상대신에 망상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뿐만이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집중력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해 보자 웹툰/웹소설 안 보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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