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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Apr 07. 2024

퇴사를 해도 세상은 그대로다

시위 후 퇴사 하기 

4월 5일에 퇴사를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일요일이다. 나는 회사 이메일이 없어지면 진짜 무슨 일이 날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서 놀랐다. 막판에 해고통지가 날아올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지, 이틀이 지난 지금 나는 금요일보다 더 편안하다. 


작년 3월에 합병 발표가 난 이후로, 커버리지가 없어졌던 작년 9월까지는 약간의 희망이 있었다. 그래도 인수 회사가 데려가 주지 않을까, 나는 리서치 말고 다른 직무도 할 의사도 있고, 커버리지였던 인터넷 외에도 반도체 및 기타 전기전자 섹터를 커버했으니. 하지만 그 희망은 9월이 지나면서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연말까지는 솔직히 아주 나쁘지 않았다. 그냥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고, 하지만 월급은 나왔다. 여기저기 지원은 해봤고 원하는 곳에서 진전은 없었지만, 그냥 아무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원 준비도 유학원을 쓰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에세이를 쓰느라 바쁘게 지나갔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1월 후반에 회사의 퇴직 절차가 시작되었고, 위로금의 공식에 대해서 남은 직원들과 회사 간에, 남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면서 두 달가량 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외국계 증권사의 철수 특성상,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위로금이 크기를 바랐고 당연히 사측은 아니었다. 사측에게 압박을 넣기 위해서 회사 앞에서 시위도 해봤고 기사에도 나왔다. 직원들은 당연히 이런 행동들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다 (적어도 나는 지쳤었다).


언젠가 해고 통지가 날아올 수 있겠다는 불안감. 대학원 발표는 3월 말이었고, 한 곳에 합격은 했지만 내 사정상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나 대학원 원서를 넣은 2월 중순 이후부터 서류 통과를 했다는 연락을 받은 3월 8일까지는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너무나 괴로웠었다. 인터뷰를 그다음 주에 보고 나서, 발표날인 28일까지도 참으로 여러모로 불확실성에 힘들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지만, 아이가 둘 있는 엄마인 이상, 주변인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고, 나는 여러모로 괴로웠다. 


이미 오퍼를 받은 곳에 거절의 의사를 표명해야 하고, 유학을 앞두고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회사와 직원들은 계속 대치중이고,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매듭이 풀어지기는 했다. 나는 4월 5일에 퇴사를 했고, 갈등은 어쨌든 조금씩 대화를 하고 있고, 나에게 꼭 맞는 것 같은 자리도 추천을 받았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이다. 


어쨌든 나는 퇴사를 했다. 거진 6년을 다닌 회사. 그동안 고마웠다. 나는 새 출발을 할게.    

짐을 다 빼고나서 정리한 내 자리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작년 초에 승진했다고 받은 난들을 모아서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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