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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May 27. 2024

수평적이지 않았던 나의 외국계 회사 생활

수평적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이직을 하고 나서 바뀐 생활패턴으로 정신이 없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그냥 잘까 싶었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나와의 그리고 읽어주는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인터넷에서 빅테크 회사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토론 문화와 수평적인 조직, 이런 부분들이 기업 문화로서 많이 강조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정직원으로서 경험한 세 외국계 회사의 문화는 수평적 또한 워라밸과는 아주 거리가 멀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아주 보수적인 금융회사를 다녔으며, 그 금융회사에서도 성장히 그다지 없는 한국 + 주식 비즈니스에 있었으며,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만이 매우 중요했고, 그로 인해서 문화도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인턴으로 일했던 ABN AMRO가 그나마 밖에서 이야기하는 외국계 다운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우선 매우 가정적인 네덜란드인 리서치 헤드가 있었고, 다른 여성 애널리스트 분들도 서로 대화를 하면서 풀어나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경험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는 전혀 수평적이지 않았다. 나이로 인한/여성으로 인한/그리고 워킹맘으로 인한 그 외에 다양한 차별을 받았고, 수직적인 문화의 끝판왕이었던 어떤 곳에서는 나도 담배를 피우는 그 무리에 들어가야지 보너스와 승진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친구들에게 들었을 때 오히려 사내 법규가 엄격한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가 덜 수직적이며 조직원을 존중해 준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 두 회사가 한국의 대기업 중에서 워낙 좋은 회사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수평적이지 않은 문화에는 내가 보았을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헤드가 대부분 보수적이다. 아무리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다 한들, 나의 보스가, 그리고 그 보스의 보스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한국적 수직적인 시스템에서 커온 사람이라면 본사의 문화가 어떻든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담배 피우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이야기들, 남편이 잘 나가면 밖으로 돌더라도 (돌려서 표현했다)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말들, 아이가 학교를 가면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들, 여자는 수학을 못해서 글을 못 쓴다는 말들 모두 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들은 말 들이다.   


*금융업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시스템이다. 개개인의 역량은 정말 딜을 가져오는 시니어 급일 때만 회사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생필품을 살 때 여러 브랜드를 바꿔보지만, 은행을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그와 같이 글로벌에서 보았을 때 엄청나게 큰 헤지펀드들과 거래할 수 있고 중동의 부호들을 만족시킬 만한 자본과 인적/리서치 역량이 있는 증권사는 몇 개 없다. 그곳에서는 Managing Director의 파워가 제일 크며 (한국의 대기업을 치자면 전무/부사장 급 정도가 될 것 같고,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의 경우 이 급의 사람이 없거나 한두 명 정도 있다), 그 사람이 수직적인 사람이든 수평적인 사람이든 회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Managing Director의 밑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턴오버가 높아도 매출이 잘 나오면 회사에서는 그다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들어오고 싶어 하는 주니어들은 계속 있는데, 나가는 주니어들을 붙잡고 문화를 개선한다 그런 얘기해봤자 실적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 오피스의 문화가 매우 toxic 해 져도 본사에서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직원들은 MBA도 가고 주재원도 가고 여러 가지 수혜를 받는다. C-level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 오피스에 직원들이 많기에 (본사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 직원들이 좋은 대우를 받도록 신경 쓴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에서 서울 오피스는, 삼성전자의 어디 아프리카 오피스 정도일까 싶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2%이니.. 삼성전자 아프리카 오피스가 중요도가 훨씬 더 클 것 같다). 그래서 찍히는 숫자와 사고를 안 치는지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서울 오피스의 문화가 toxic 한 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아마 증권시장이 아닌 PE 혹은 VC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식사업의 경우, 미국장과 일본장에 소외된 한국 시장은 미국 혹은 유럽에 있는 본사에서 딱히 관심이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의 문화와, 한참 힘들었던 시기의 회사에서의 문화가 왜 다른지 고민해 보다가 내가 내린 결론들이 위와 같다. 내가 여자이고, 워킹맘이라서 워킹맘 제도가 잘 되어있는 대기업들과 비교하다 보니 더 힘들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나는 육아 휴직을 써보지 못했다). 


문화가 나쁜데 왜 버텼는가?라고 묻는다면 1) 나는 리서치라는 일을 좋아했다 2) 연봉이 예전에 리만 사태 전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주었다 3) 회식이 점점 많이 없어졌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버짓이 없어지기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4) 코로나 이후로 회사가 재택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해서 육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외국계 회사도 정말 회사 나름이고, 부서 나름이고, 보스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정말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입사 전에 선배나 지인들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을 잘 체크하고 들어가면 처음 들어갔을 때 마음의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의 외국계 회사들의 경험과 이직한 회사와 비교도 한번 해보고자 하는데, 월요일 출근하는 모두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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