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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Jun 04. 2024

성장을 쟁취할 수 있는 환경

(늦어서 죄송합니다) 

생활 패턴이 바뀌고 나서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주말 내내 힘들어하다 골골대며 출근한 후 김밥과 박카스를 사 먹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국내 회사를 다니면서 -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 외국계 회사와 조금 더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계 회사에는 진짜 미친 듯이 욕심을 내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성장을 쟁취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섹터가 성장이 없다고 생각하면 남의 섹터를 빼앗어서라도 - 하이에나 같다 - 커버리지를 늘리거나, 홍콩의 애널리스트가 나가면 매니지먼트에게 먼저 다가가서 본인에게 기회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의 섹터가 성장이 멈추자, 동료 애널리스트가 나가자 마자 섹터를 바꾸어 버리는 경우도 보았다 (이런 사람은 그냥 능력자다). 혹은 주니어에게 할당된 IPO를 본인이 가져간 후에 나중에 상장된 그 회사의 CFO로 가기도 한다. 


요새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서울 오피스의 사람들 중에서 성장이 없다고 주저앉아서 징징대는 사람들도 있고 - 그 연봉에 그 라이프 스타일에 징징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 - 혹은 그 성장 없음을 즐기면서 가늘게 길게 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욕심이 있는 사람이 그 욕심을 어떻게든 실현하기에 외국계 회사는 충분히 그 바탕이 되어준다. 


물론 여러 가지 박자들이 맞아주어야 한다. 홍콩에 있는 윗사람이 나와 예전에 다른 회사에 근무했다든지, 아니면 새로 승진한 아시아 부문장이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이라든지 혹은 한국 사람이라든지. 나의 동료가 나가서 아시아에 있는 다른 커버리지가 비어 버린다 든지. 혹은 나의 섹터가 갑자기 성장한다든지. 내가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나의 퍼포먼스가 이미 탑이고 내가 내/외부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면, 기회와 운이 왔을 때 충분히 레버리지 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실행해 나가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기회가 왔을때 자신이 없다고 넘겨버린 후에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보았다) 


나의 애널리스트 커리어 막판에는 나도 징징대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ESG를 써봐야겠다, 혹은 다른 섹터를 해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만 하고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다가 그냥 집에 갔다. 특히 외부적인 영향으로 여러 IPO를 한 후 상무 승진을 하고 나니 그냥 여기에서 만족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정말 회사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의 인터넷/게임/통신 회사들만 주야장천 바라보면서 나도 같이 성장이 정체되는 느낌이었다. 


상무 승진 전에 나는 크게 두 번의 승진을 했었는데, 한 번은 RA에서 본인의 이름을 달고 리포트를 쓰는 애널리스트 로서의 승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니어 애널에서 시니어 애널로의 승진이었다. 그때는 성장을 쟁취했어서 참으로 즐거웠다. 그 두 승진은 일도 어느 정도 했었지만 정말 내가 쟁취했었다. 애널로서의 승진을 위해서 https://brunch.co.kr/@mylifegoeson/74에 썼듯이 원형탈모가 올 때까지 일했었고, 위에다가 자꾸 문제를 제기했었다. 나의 퍼포먼스를 이야기했고, 내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의 승진을 위해서는 comfort zone, 즉 나의 섹터에서 벗어나 다양한 섹터의 애널리스트들과 같이 협업해서 리포트를 많이 썼었다. 나의 동료들 - 대부분 시니어였다 - 그분들은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셨는데, 내가 묻지 않았다면 발 벗고 도와주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장점은 본인의 일이 자꾸 쌓인다는 것이다. 내가 쓴 색깔 있는 노트들이 쌓이면, 나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고, 그 가치는 점점 커진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를 만나면 한 단계 성장한다. 24살에 일을 시작하여, 28살에 커버리지를 받고, 그 후에 30대 초중반에 이사 타이틀을 달 때까지 참으로 열정적으로 일했고, 나의 성취에 기뻤다.


그 후에 이직을 하고, 상무 타이틀을 40살 즈음에 달았는데, 그때는 크게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외부에서 하라는 IPO들을 노예처럼 했더니 주어진 타이틀이었는데, 이미 그 당시에 섹터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고 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지 답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이 마흔에 이렇게 정체돼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러다가 정말 나의 커리어가 끝나는 것인가, 고민하던 시기에 회사가 파산을 했다. 다른 방향으로 꺾게 도와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브랜치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그 스위스 회사.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삶에게 성장을 스스로 쟁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맺는다. 직장인들은 빠릿빠릿한 오후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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