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보다 확실히 많은 연봉의 여러가지 그림
예전에 링크드인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KT 신수정부사장님의 글을 읽다가 연봉에 관한 글을 읽었다. 저자의 요지는 재능과 노력과 관계없이 '당신의 첫 번째 회사가 미래 당신의 연봉을 대부분 결정한다'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업은, 조 단위의 유형자산 투자 없이 인력들 만으로 투자를 잘했을 때 회사가 큰돈을 벌 수 있기에, 그리고 시장을 이기는 투자를 하려면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기에, 좋은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연봉을 후하게 주는 편이다. 예전만큼 못하다고들 산업에 있는 사람들은 불평하지만, 한국에 있는 모든 산업이 예전만큼 성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솔직히 배부른 소리이다.
<얼마나 잘 주는가?>
*외국계 금융업의 프런트에서 근무한다면 (돈을 벌어다 주는 부서 - 기업금융, 주식 리서치, 세일즈, 트레이더, 펀드매니저 등) 혹은 헤지펀드/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한다면, 당신의 연봉은 입사하고 나서 5-7년 만에 1억을 찍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보통 본사의 연봉을 기준 삼기 때문에 일본계 혹은 유럽계 회사보다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해야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의사의 연봉이 평균 3억 정도 된다고 얼마 전에 기사에서 보았는데, 의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공부를 하고, 수련을 하는 것에 비해서, 경영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금융사에 입사해서 쭉 승진할 수 만 있다면 - 잘리지 않거나, 그 회사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지 않는 다면 - 나이 마흔 초반에서 중반이 좀 넘어서면 그 정도 연봉을 받는 것이 현실화될 수 도 있다.
*힘든 수련을 거치지 않아도, 그러니까 라이선스가 없이도 라이선스가 있는 직업만큼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점도 있다.
<무엇이 리스크일까?>
*리스크라고 하기보다는, 우선 입사 자체가 어려우며 (서울오피스에 사람을 예전만큼 많이 뽑지 않는다), 입사 후에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주니어 때 시간당 수급으로 하면 우리가 제일 낮을지도 모르겠다고 동료들이랑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 말고도 본사의 결제나 승인을 기다려야 해서 늦게까지 있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높은 연봉에 들어와 일을 하다가 건강을 잃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또한 한국의 금융산업이 정체기인 만큼 (특히 주식시장 관련) 구조조정의 칼날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특히 성장이 없는 한국 시장에서 시니어로서 살아남으려면 1) 운이 좋고 (이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2) 정말 본인만의 강점이 있거나 (이 사람을 빼고는 한국 반도체를 논하지 말라! 이런 분도 있다), 3) 정치를 정말 잘해야 한다 (한국 법인의 대표가 되거나, 정말 뛰어날 경우 홍콩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구조조정 혹은 회사의 파산이나 한국법인의 철수로 인해서 회사가 없어졌을 때, 같은 연봉으로의 이직이 힘들다. 라이선스가 있는 다른 직업의 경우, 비슷한 연봉으로 이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외국계 금융사에서 국내사로 가는 과정에서 세전기준으로 30% 정도부터 시작해서 반 이상 깎이기도 한다.
*생각보다 장기적인 확장성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보자. A는 미국 증권사의 서울 오피스에서 한국 인터넷 및 게임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이다. A는 한국 기업들을 정말 자세하게 분석할 줄 아는 것으로 유명하다. B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주식팀에서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의 분석 및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B의 회사가 사이즈가 작지 않기에 B의 회사는 전 세계의 탑 10 인터넷 회사들에 투자를 하고 있고, 새로운 상장사가 생길 때마다 실사를 한다. 현재 B의 연봉은 A의 60%로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싱가포르의 메이저 자산운용사에서 아시아 인터넷 분석을 담당할 사람을 뽑는 공고가 올라왔다. A와 B 중 누가 그 자리에 갈 가능성이 많을까? 답은 B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서울 오피스는, 서울에 있는 담당자가 한국의 비즈니스만 보면 된다. 이 사람이 눈을 글로벌 혹은 다른 사업부로 돌리려고 해도 쉽지 않고 거의 불가능하다. 사모펀드 쪽은 한국에도 아직 투자처가 많이 남아 있기게 성장이 있지만, 공모 쪽에서는 어느 순간 천장에 부딪히곤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의 글로벌 시장의 2%도 안된다). 그래서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해서 연봉이 깎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이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사에서 가져온 강성부대표님의 코멘트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다음은 리서치센터장일 텐데, 그래봤자 후배들을 다독이거나 반대로 열심히 하라고 갈구는 그림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결국 15년 애널리스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뉴턴의 운동 제3법칙 ‘작용-반작용’을 인용한 선배의 말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로켓이 연료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우주로 가겠나, 가진 걸 버려야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업계 최고 연봉에 취해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때마침 신설 사모펀드(PEF)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안받았다. 연봉이 3분의 1이 깎여 나갔지만 결국 로켓에 올라타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히 본인의 노력에 따라 잘 풀리는 경우도 많다>
*A는 본인이 주식이 너무 좋아서, 리서치 주니어를 하다가 홍콩의 작은 헤지펀드에 리스크를 무릅쓰고 이직을 했다 (홍콩은 한국에 비해 노동법이 매우 약하고, 이런 경우 본인이 집도 직접 구하고 비싼 월세도 내야 한다). 연봉도 깎고 갔다. 거기에서 경험과 track record를 쌓고 홍콩에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에서 (이제 많은 글로벌 펀드들이 그렇듯 이 펀드는 서울에는 오피스가 없다) 아시아를 담당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되었다.
*B는 미국계 금융회사의 기업금융부서에서 25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야근도 밥먹듯이 하고, 미친 듯이 영업했다. 정치적으로 잘릴 뻔도 하고, 회사가 합병되기도 하였지만 B는 25년 동안 승진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콘텐츠 업계의 CFO로 이직을 했다.
*C는 리서치를 정말 좋아하는 주니어였다. 커버리지를 받고 애널리스트도 일하면서, 주식시장의 참여자들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말 미련 없이 그만두고 석박사를 밟았다. 그녀는 지금 신촌에 있는 대학교의 교수이다.
지금 업이 좋지 않아서,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게 시장보다 높은 연봉을 주는 금융업, 특히 외국계 금융업을 떠나게 되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른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솔직히 나도 월급이 깎여서 가슴 아플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경험이 나의 장기적인 성장의 돌파구가 되리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월요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