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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May 19. 2024

나의 이직 이야기: 나에게 중요한 요소 찾기

커리어는 계속 변한다

이번에 대학원을 디퍼하고 들어간 회사까지 합하면 나는 총 4번의 이직을 했다. 후회하는 이직도 있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직도 있다. 후회하는 이직의 경우는 내가 감정에 그리고 주변에 휩쓸렸을 때이고, 아닌 경우는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거나 연봉이 유의미하게 올랐을 때였다. 나의 경우는 이직의 점수를 매기려면


1)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가 (이 기회를 통해서 내가 스텝업 할 수 있는지)

2) 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에 있어서 유연성이 있느냐 (워라벨의 개념이 적용되는 산업을 아니기에 일하는 총시간의 개념보다는, 어디서 일하든 상관이 없느냐)

3) 연봉이 올라가는가 

4) 동료들 혹은 상사에게서 배울 수 있느냐, 그리고 잘 지낼 수 있느냐  

5) 내가 일하는 부서 혹은 회사의 성장성 (장기적으로 연봉, 보너스, 그리고 내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혹은 이직의 가능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유럽계 금융회사에서는 Wealth Management에 있는 편이 주식부서에 있는 것보다 직업의 안정성이나 성장성 면에서 훨씬 월등하다)   

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가중평균 의사결정 매트릭스로 매겨보니, 재미있게도 최근에 파산한 직장으로의 이직이 가장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부서는 전체회사 측면에서는 아주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연봉과 유연성 (가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센터장님의 영향으로)의 면에서는 그 어떤 회사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https://m.blog.naver.com/theverybest2/222393133568


밑에 내 이직의 경험을 앞의 5가지 기준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내 경험상 5가지를 모두 다 충족할 수 있는 회사는 많이 없는 것 같다. 본인이 커리어의 여정을 짜면서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펀드매니저를 하면서 보너스를 많이 받던 나의 친구는 아이를 낳고는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재택이 되는 신용분석 회사로 옮겼다. 나의 최근의 이직은 맞벌이를 하는 남편덕으로, 그리고 한국주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열망으로, 연봉보다는 새로운 기회에 중점을 두어서 이직을 했다.


내가 이직을 할 수 있었던 경우들을 보면 대부분 시장에서 고객들이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에 연봉이나 새로운 기회면에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서 어딘가를 벗어나고 싶어서 한 이직의 경우는 결과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많은 경우를 보았지만, 지금 있는 곳이 힘들어서 하는 이직은 정말 권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충동적으로, 혹은 친구나 선배가 권해서 하는 이직도 권하지 않는다. 그들이 권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들에게 - 가 아니라 -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중요한 기준들은 무엇인지,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떤 기준이 가장 중요시 여겨져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적어보고 결정해 보았으면 한다.   


1) 호주계 증권사에서 영국계 증권사의 리서치로의 이직

=> 주니어 때 본인이 있던 회사가 힘들어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런 경우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첫 번째 이직이 바로 힘들어서 감정적으로 한 이직이었는데, 정말 눈물과 후회가 많았다. 또한 회사는 친구를 만들러 오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것도 깨달은 직장생활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동기랑 서로 친하게 지내고, 동기들이 서로 끌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외국계의 경우, 특히 이직이 잦은 금융업계의 경우, 친구라기보다는 그냥 서로 일 잘하는 동료 정도로 포지셔닝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1-1) 주니어들이 이직할 때 이런 일이 많은데, 나의 경우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약속이 있어서 갔지만, 그 기회는 내가 들어가고 나서 1년 반 정도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또한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할 그 기회를 가지기 위한 과정들도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1-2) 외국계 증권사이지만 보스들의 대부분 국내사 출신들이었기 때문에 정말 수직적인 문화였고, 유연성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1-3) 슬픈 일인데 이직하면서 연봉이 딱히 올라가지도 않았다.

1-4) 동료들이 기존에 알던 사람들이어서,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회사에서는 친구를 만드는 곳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서 친구는 경쟁자가 될 수 있다.

1-5) 당시는 한국 주식이 아직 관심이 많았던 때고, 내가 전기전자 섹터를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내가 있던 부서에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해주었다.


2) 영국계 증권사에서 호주계 증권사로의 재이직

=> 여기서 정말 인생의 두 번째로 힘든 보스를 만났다. 덕분에 많이 배웠지만,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정말 큰 스크래치를 받았고, 그 상처가 아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온 곳이어서 그런지,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2-1) 고객들에게 받은 좋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나를 뽑았던 시니어는 약속한 기회를 주었고, 의도치 않게 다른 섹터를 경험할 기회도 있었다.

2-2) 아직 재택근무가 생기기 전이라 유연성은 없었다. 출산휴가 외에 육아휴직을 써보지도 못했고 (당시는 그럴 분위기가 정말 아니었다), 휴가 스케줄이 변동되는 것도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2-3) 영국계에서 정체되었던 연봉이 - 이 전 직장에서 시니어가 나에게 의도적으로 보너스를 많이 주지 않았다 - 어느 정도 정상화 되었다.

2-4) 내가 애널리스트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했는데, 다른 시니어 애널리스트분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웠다.

2-5) 이때부터 금융회사에서 전통적인 주식 부서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아시아에 있는 펀드 쪽으로 이직을 하고 싶었으면 이때가 딱 좋았을 시기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중요도가 이렇게 까지 떨어질 줄은 정말 몰랐고, 커리어에 변화에 대한 니즈가 크게 없었다. 나와 달리 아시아 시장으로의 기회를 보고 떠난 친구들은 대부분 이때쯤 커리어를 바꾸었다.   


3) 호주계 증권사에서 유럽계 증권사로의 이직

=> 결과적으로 회사가 파산을 했다. 하지만 IPO나 딜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연봉이나 보너스도 이전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다. 회사의 분위기상 유연성도 좋았다. 다만 진심으로 회사가 전통적인 주식부서에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음을 느꼈고, 그로 인해 내 커리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커리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에는 조금 늦었었다). 내가 있는 부서의 파이가 줄어들면, 동료들과는 사이가 좋을 수는 없다. 분위기는 딱히 좋지 않았다.

3-1) 여러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들어간 유럽계 회사에서 IPO, 딜 등 새로운 일들을 할 기회가 있었다.

3-2)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고, 부서의 분위기상 유연성이 높아졌다.

3-3) 코로나 영향으로 연봉도 높아졌다.

3-4) 개인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서울오피스에 있는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남아나 미국에 있는 동료들과 많이 교류하게 되었다.

3-5) 회사는 전통적인 주식부서에의 리소스를 엄청나게 줄이기 시작했고, 변두리에 있는 한국 주식시장은 - 돈이 딱히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그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보너스가 줄었고, 사람들이 줄고, 다들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4) 유럽계 증권사에서 한국계 자산운용사로의 이직

=> 아직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결론을 쓰기가 힘들다. 하지만 포기한 것과 집중한 것은 매우 명확하다.

4-1) 국내 주식이 아니라 해외 주식을 보게 되었다. 

4-2) 유연성이 크게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워킹맘을 배려해 주려는 의도는 있다.

4-3) 연봉은 크게 손해를 봤다 (맞벌이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4-4) 회식이 없는 점이 맘에 든다.

4-5) 해외주식 운용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부서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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