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대부분의 나의 시간은 빠름에 익숙해져 살아왔다. 빠른 결정, 빠른 성취, 빨라야만 유능해 보였고, 민첩해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강박 속에서 항상 숨을 다 쉬지 못하고 달려왔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늦은 것 같았고, 점심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은 저녁까지의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말마저도 시간을 비워두면 불안한 날들이라 생각했고, 하루라도 계획 없이 흐르는 날이 있으면 시간을 그저 허비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마흔여섯이 된 지금, 나는 그동안 살아온 빠름에 지쳤다는 걸 솔직히 고백한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다짐보다는 잠깐이라도 멈추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먹고, 느리게 생각하는 일들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일부러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눈을 떠보기로 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빛을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시고, 음악을 틀어 단단한 아침을 준비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조용한 아침이다. 흘러가는 아침 시간이 이렇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줄 몰랐다.
예전의 나는 늘 '무엇을 했는가'로 하루의 가치를 판단했다. 일의 리스트, 목표.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보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오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보며 웃음을 지었는지, 어디서 잠시 멈추었는지.
느린 일상은 마치 나를 다독이는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타인의 속도에 맞추기보다, 내가 걸을 수 있는 걸음으로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보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해진 나이. 나를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충실하게 살아내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무엇이든 급하게 하던 일상들이, 이제는 말에도 여백을 두고, 눈앞의 목표 대신 마음속의 여유를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