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에 서툴지 않기

by 박수진


스물의 사랑은 불꽃같았고, 서른의 사랑은 온기를 가졌으며, 마흔의 사랑은 조심스럽다. 마흔여섯이 된 지금,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고마워요, 건강 잘 챙겨요, 와 같은 말과 문장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한때는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지켜내고 돌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인데도, 오히려 그 말을 꺼내는 데 점점 더 서툴러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은 자주 뒤로 미뤄지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덜 챙기게 된다.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말이 때로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마음의 거리만 멀게 만든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방식에 무뎌진 걸까?" 무엇을 주는 것이 사랑이고, 어떻게 안아주는 것이 진심인지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게 된다.


사랑은 언젠가부터 애틋한 감정보다는 일상의 작은 배려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피곤해 보이는 남편을 위해 끓인 녹두 닭죽을, 정리된 집안 구석구석의 손길, 시험 기간인 아이를 위해 준비한 두 번의 간식 그런 아주 평범한 것들 속에 "사랑해"라는 말이 조용히 숨어 있다. 그 평범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도 필요하다. 말을 아끼기보다는 서툰 표현이라도 자주 꺼내야 하고, 불완전한 문장이라도 입 밖에 내보는 용기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든다는 걸 배우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느라 나는 나를 자주 잊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내 감정들은 어느 날 작은 갈증이 되어 돌아왔고, 기대하다 실망하고, 혼자 웃고 울며 견딘 날들도 많았다. 사랑은 때로 나를 다치게도 했지만, 돌아보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 것도 결국 사랑이었다.


마흔여섯의 나는 이제 사랑을 다시 배우고 싶다.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나 자신을 먼저 아끼는 마음 위에,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놓고 싶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 서툴다고 주저하지 않고, 어색하더라도 한 걸음 다가서는 연습을 한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용기야말로 사랑을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지켜주는 힘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나는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어느 날은 서툴고, 어느 날은 서운하고, 그럼에도 다시 품을 내어주는 일. 그게 사랑이라면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고 싶다. 사랑하는 일에 서툴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작은 다정함을 배우고, 하루의 끝에 사랑을 고백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도 좋지만, 표현했기에 더 단단해진 마음도 있다. 변화를 재촉하지 않고, 기대만으로 조급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진실한 사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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