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와 물음표 사이에서

하트모양 느낌표 구름

by 박수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양치를 하고 나서 미온수 한 잔을 마시는 것이다. 미온수의 따뜻한 온도의 맑은 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오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이어서 주방 창문을 활짝 연다. 밤의 공기와 막 깨어난 아침의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투명하게 닦아낸 듯 하늘 한쪽에는 하얀 손톱달이 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예쁘다." 아무 이유 없이 내뱉은 작은 감탄이었다. 순간 마음속에 오래 묵혀둔 물음표들이 잠시 멈추는 듯했다. 나는 내가 나만의 구름 예찬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회사 옥상에서 찍어둔 구름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바람에 떠밀리듯 퍼져나가면서도 어쩐지 당당한 모습이었다. 마치 "지금 하늘의 구름을 보라!"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 구름은 분명 하트모양 느낌표 구름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은 달랐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삶에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많아진 게."


어린 시절의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감탄하던 아이였다. 장마철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새로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와!" "진짜 신난다!"라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세상은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가득했고, 하루는 연속된 느낌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표식들은 하나둘 줄어들었다. 그 자리를 물음표가 대신했다.

"이게 맞을까?"

"괜찮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예전에는 '좋다' '재미있다'로 단순히 끝났던 일들이 이제는 수많은 고려와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가볍게 발을 내딛기보다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요즘의 하루는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난다.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하루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를까?'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출근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혹시 내가 뭔가 놓친 건 없을까?'라는 불안이 든다. 대화를 나누다가도 '내가 지금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뒤따른다. 머릿속은 늘 질문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나를 지켜주려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옭아매는 족쇄이기도 하다. 가끔은 나 자신이 답답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왜 예전처럼 단순하게 살 수 없는 걸까?'


얼마 전 서랍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예전 다이어리를 꺼내게 되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반듯한 글씨가 반겨주었다. "오늘 하늘이 너무 예뻤다!" 짧지만 솔직한 기록들이 빼곡히 남아 있었다. 읽는 동안 그날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 문장 속에는 생각도 망설임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태도,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것은 나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언제부턴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지나치게 많이 던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망설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삶의 생생한 결을 느끼고 즐기는 능력을 잃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느낌표를 늘려 보려 한다. 하늘이 예쁘면 망설이지 않고 "와, 예쁘다!"라고 말하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정말 맛있어!"라고 감탄하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한번 해볼까?"라며 가볍게 마음먹기. 그렇게 작은 습관들을 더해가면 삶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지는 경험을 한다.


물론 물음표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선택하는 일이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음표만으로는 하루를 버텨내기 힘들다. 그 사이사이에 느낌표가 필요하다. 그것은 나의 쉼표가 되어주고,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가끔은 상상해 본다. 만약 내 삶이 문장으로 적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의 문장은 감탄사로 시작해 줄줄이 느낌표가 이어지는 활기찬 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문장은 조심스러운 질문이 주를 이루는 글이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문장은 어떤 모양이 되면 좋을까, 나는 아직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물음표와 느낌표가 조화를 이루는 글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질문은 나를 멈추게 하지만, 감탄은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 균형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이 말은 물음표일까, 느낌표일까. 아마 두 가지가 함께 담긴 문장일 것이다.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믿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느낌표로 끝내기로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창문을 열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할 것이다. "와, 예쁘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