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보내온 선물 같은 영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고의적인 부름이었다. 아이폰은 사진첩 속 묻어둔 기억을 끄집어내어 음악과 함께 동영상을 나에게 건넸다. 아빠의 사진이었다. 응급실에 누워 계시던 모습, 암 병동에서의 일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장면들. 나는 이 사진들을 일부러 멀리했었다. 아빠의 사진을 보면 여전히 눈물이 먼저 나와서,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다며 외면했던 기억들이다. 하지만 오늘 아이폰은 아빠를 내 눈앞에 다시 데려다 놓았다.
화면 속 아빠는 고요했다. 병상에 누워 계셨고 차갑고 낯선 병원의 풍경 속에서도 어떤 장면은 환하게 웃고 계셨다.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아빠의 눈물을 보는데, 가슴이 메어왔다.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빠를 응급실에 모시고 뛰어가던 발걸음, 병명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나와 가족들, 고통스러운 치료 속에서도 끝내 나를 걱정하시던 아빠의 목소리. 암 병동의 복도는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 걸까? 호스피스 병동의 공기는 왜 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졌던 걸까? 사진 속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나의 눈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해 애써 웃으셨구나. 사진들이 담고 있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아빠가 살아온 삶이었다. 병으로 지쳐가는 몸이지만 여전히 가족을 품으려 애쓰던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끝내 영상을 다 보지 못하고 멈추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더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엔 아이폰이 고마웠다. 다시는 꺼내 볼 용기가 없을 것 같았던 사진들로 내게 잠시 아빠를 만나게 해 줬으니까.
사진첩은 어쩌면 기억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잊고 싶었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담아 두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아빠의 사진을 보는 건 여전히 어렵고,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이 사진들이 오늘보다 조금은 덜 아프게 다가오길 바란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을 더 많이 떠올리고 더 많이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천천히 마음을 내어놓아 본다. 아빠가 마지막까지 보여주셨던 그 따뜻한 미소를 닮아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