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산으로 간다

by 박수진


남편은 휴무일에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어김없이 오늘도 새벽 네시에 일어나 나의 배웅을 받으며 산을 향해 떠났다. 가방을 단단히 메고, 발걸음은 가볍고, 표정은 굳센 사람의 모습이 익숙해지면서도 매번 새롭다. 아마 산을 오르는 마음이 언제나 새롭기 때문이리라.


오늘 남편이 오른 산은 구병산이었다. 정상에 도착하면 늘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는 그가 오늘도 어김없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구병산의 정상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청명한 하늘, 끝없이 펼쳐진 풍경의 장관,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경치도 이토록 황홀한데, 그곳에서 직접 마주한 남편은 얼마나 벅찼을까.


남편의 직업은 강인한 체력을 요구한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몸을 단련해 왔다. 산을 오르는 것도 그중 하나다. 단순히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만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산에서 단련만이 아닌, 스스로의 삶에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 같다. 나는 종종 그의 다재다능함에 놀란다. 남편은 단지 산을 오르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태권도 유단자들과 대련을 하고, 수영장에서는 물살을 가르며 기록 싸움에 몰두하고,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코트를 누비며, 집 앞 공원에서는 러닝을 즐기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한다. 남편의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다. 한 가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운동을 통해 자신을 가꾸어 가는 모습은 매번 감탄을 자아낸다.


남편의 열정은 단순히 자기 관리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자신의 몸을 돌보며 자연과 호흡한다. 높은 곳에 올라서야 보이는 풍경, 그곳에서만 느껴지는 청량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태도가 나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다. 남편이 보내준 사진과 영상을 보며 나도 잠시 상상 속으로 구병산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의 호흡에 집중했을 것이다. 바람은 땀을 식히고, 햇살은 그의 여정을 격려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그의 시간 속에 잠시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남편이 오르는 산길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따라간다. 마치 삶의 모든 어려움을 자신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남편의 산행은 단순히 체력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다. 그의 걸음은 나에게도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한 걸음씩,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그의 발자국이 곧 우리가 함께 그려나갈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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